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라디오를 들으며 회상에 잠겼을 때, 어느 방송의 ‘열린토론’이 나와 귀를 기울였다. 요즘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진행자와 축구전문가 세 분의 토론을 들으며 박 감독의 업적과 리더십을 되새겨보았다.

지난 12월 15일,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베트남 대표팀이 10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여 ‘박항서 열풍’이 거세지고,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우호관계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어 기쁘다.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고, 어느 조직이나 국가나 지도자의 책임과 역할이 중차대하다는 등 많은 교훈을 준다.

전에는 별로 관심조차 없던 동남아시아와 베트남 축구를 마치 우리나라 경기처럼 생방송으로 중계한 방송국과 어떤 마력에 끌려 지켜본 필자 자신도 믿기질 않는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스즈키컵이라지만 우리 시청률이 20%도 넘었다니……. 오죽하면 박항서 매직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할까. 아시아에서조차 변방에 머물렀던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이 부임한 불과 일 년여 만에 괄목상대하고 있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이어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하여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것이다.

필자가 매일 실행하는 행복을 찾는 108배의 97번째에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직장과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 만나기를 바라며 절합니다.’란 글귀처럼 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크나큰 인연이고 행복이다. 만약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같은 훌륭한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필자도 지도자로서 역할을 잘 하였나 옷깃을 여미고 되돌아본다.

이처럼 기적을 이루는 박 감독도 난관이 많았다. 베트남 감독을 뽑을 때 지원자가 무려 300명이나 되었다니 조마조마했다. 박 감독의 미흡한 경력 등으로 망설이며 면접을 볼 때, “저는 키가 작아서 베트남 선수들의 비애를 잘 알기 때문에, 작지만 빠르고 기동력 있는 축구를 펼치겠다.”란 말에 베트남 임원들은 빵 터지면서, “당신의 축구를 이해하겠다.”면서 감독으로 결정했다는 일화(逸話)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런 베트남 축구의 성과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많은 행운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에 있는 박 감독의 생가가 베트남 사람들의 성지(聖地)처럼 되고, 베트남 정부의 우호훈장을 받고, 각종 광고에 출연하고, ‘박항서’와 발음이 비슷한 음료까지 불티나고, 박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되고, 베트남의 한 고등학교 문학 시험 문제에도 등장하는 등 수많은 효과가 있지만, 가장 큰 업적은 어떤 외교관도 엄두도 못 낼 베트남 전쟁 시 우리의 악업(惡業)을 화해하고 치유하는 디딤돌과 문화 대사 역할을 훌륭하게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베트남 국민이 저를 사랑해주신 만큼 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란 우승소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소탈하고 인자하고 베풀고 절실한 박항서 감독의 파파(papa) 리더십을 온 국민이 본받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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