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숙 괴산증평교육지원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최근 교과서 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점진적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오영훈 국회의원 등이 자유발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교과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새로운 제도는 우리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낯설음에 대한 거부감과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자유발행제? 그건 또 뭐지? 가뜩이나 업무도 바쁜데, 이젠 우리보고 교과서까지 직접 쓰라는 말이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교과서가 아직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뭘 또 새로 바꾼다는 거지?” 현장의 반응 또한 녹록하지 만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즉 ‘똑똑한 인재’가 아닌, ‘생각할 줄 아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과서 제도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이에 여기서는 교과서 제도 혁신의 하나로 논의 중인 자유발행 교과서의 내용 구성에 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 내용을 소프트화해야 한다. 교육 내용을 소프트화 한다는 것은 학습해야 할 지식 그 자체보다는 지식을 발견하고 규명하는 탐구 활동이 교과서 내용의 중심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이 단편적이고 정적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적 삶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자유발행 교과서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개념과 원리를 바탕으로 토의와 토론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둘째, 지식의 논리적 체계와 경험의 생동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교과서의 내용적 측면은 내용중심적 교과서와 경험중심적 교과서로 구분된다. 내용중심적 교과서는 학문적 계통의 확립과 기초적인 능력 함양에 유용하고, 경험중심적 교과서는 학습활동의 다양성과 생동성을 활성화하는데 용이하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내용중심적 성격과 경험중심적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으나, 이것이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고, 교과에 따라 내용중심적 성격이 우세한 경우도 있고, 경험중심적 성격이 우세한 경우도 있다. 자유발행 교과서가 학생의 성장에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용중심적 성격과 경험중심적 성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기본적인 지식이나 기술, 태도를 토대로 경험의 생동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자유발행 교과서는 분량과 수준을 고려하여 내용을 적정화해야 한다. 분량이 많을 경우에는 학습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반대로 분량이 적을 경우에는 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이 빈약하게 된다. 그리고 교과서 내용의 수준이 높으면 학습자가 따라가기가 어렵고, 반대로 수준이 낮으면 배운 내용을 반복하게 되어 흥미를 잃게 된다. 교과서 내용의 적정화를 위해서는 내용전문가, 현장교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협의체나 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협의체나 위원회를 통해 합의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 국·검·인정 체제를 넘어서 새롭게 ‘자유발행제’를 도입하는 것은 학생의 창의성 개발을 촉진하고, 교사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하며, 사회 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 가능한 형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