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이제 한겨울이다. 눈은 자주 내리지 않지만 매서운 추위가 시시때때로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겨울에는 코끝이 쨍할 정도의 추위 덕분에 공기가 탁하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는데, 요즘에는 툭하면 미세먼지 농도‘나쁨’이라는 안내가 나온다.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유독 충청지역, 그 중에서도 청주는 미세먼지 농도를 비롯하여 대기 질이 안 좋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청주(淸州)는 한자로 “맑은 고을”이라는 뜻으로, 고려왕조 때부터 고려 태조 왕건이 재위하던 시절 이 고장이 ‘맑고 깨끗한 고장’이라고 하여서 청주라는 지명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충청도(忠淸道)의 청(淸)은 청주(淸州)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만큼 이지역이 맑고 깨끗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고, 그것도 오전·오후 할 것 없이 종일 나쁘단다.

실제로 코가 매캐하고 목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기 질이 나쁠 경우 각종 질병의 발병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의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사실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마스크 등을 착용하거나 나쁜 공기에 대비하는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가 숨 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소중하다는 걸 알면서도 무심했던 거다.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쓴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지금까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 왔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니 조심하라고 해도 ‘나빠 봤자 얼마나 나쁘겠어?’, ‘들이마셔 봤자 얼마나 마시겠어’이런 생각으로 무심코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이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지경이 됐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숲은 그 자체로 커다란 공기정화기 기능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도시지역일수록 녹지를 더 확보해 공기를 정화해야한다는데 충청지역은 관련 예산부족으로 그나마 있던 녹지마저도 점점 사라질 판이란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에 대한 일몰제가 오는 2020년 시행된다. 이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확보는 물론 시민사회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기존의 공원을 모두 매입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여 일몰제 시행에 따라 도시계획에서 해제되는 공원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녹지는 대부분 사라지고 아파트나 상가건물 등이 들어설 것이 분명하다.

또한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각시설은 늘어만 가는데, 그 소각시설에 대한 적절한 지도감독이라든가 법적 규제도 아직 미흡하다. 대기오염 지역총량제의 도입 등과 같은 방식으로 폐기물처리업체의 소각시설 신설 및 증설허가신청에 대해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언제쯤 그런 제도가 정비될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숨을 안 쉬고 살 방법은 없는데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면 될까? 뭐든 나빠지는건 순식간이지만 그걸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뿐인가. 노력도 비용도 엄청나게 들 것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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