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한 세종시에 또 하나의 화두가 떠올랐다.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어선 국립세종수목원 예산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 국회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계비와 맞물려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세종시는 물론, 국회에서도 세종분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설립을 위한 걸음을 했다는 데 주목한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이번엔 '청와대 세종사무실' 설치가 정치권으로부터 시작됐다.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유성 갑)으로부터 촉발된 이 사안은 여당은 물론, 충청권에 기반을 둔 의원 모두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세종사무실 설치문제는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대 명제 아래 충청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 시점 또한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과 약속한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이 사실상 임기 내 수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야당들은 일제히 공약파기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내심 '세종 청와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치 못하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세종시로는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미뤄져 왔던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전을 완료하는 시기다. 총체적으로는 정부 부처의 3분의 2가 이전을 하고 국책기관들이 세종에 둥지를 틀었다. 세종시 탄생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과 셈법이 난무했음에도 행정수도 완성이 하나 둘 퍼즐을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낭비되는 '정부 이원화 시대'가 아닌 '집중과 효율'을 우선시 하는 국민정서와도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국회세종의사당도 건설되는 터에 '세종 청와대' 설치가 안된다는  이유는 더 이상 설 자리도, 명분도 없다. 청와대 제2집무실은 세종시에 이미 부지까지 확보되어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관습법까지 거론하며 세종시 위상을 깎아내린 일부 세력들의 주장은 궁색하기만 하다. 통일시대를 맞아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의 얘기일 뿐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선진국에서도 행정수도를 두는 마당에 근시안적 시각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헌법 명문화도 필요하지만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정치와 행정의 이원화로 비효율성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룬 행정수도 완성이 가장 큰 명분이다. 아무리 꼼수를 부려봐도 이 보다 더 큰 명분과 대의는 없다. 겉으로는 분권시대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시기와 셈법을 고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충청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물론 범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바램이 확산되고 확인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다소 늦었지만 이젠 청와대가 국민에게 대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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