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김영애 수필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그녀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나를 따라다니는데도 나는 주방으로 화장실로 찬바람을 쌩쌩 내면서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안아주면서 모닝인사로 입을 맞추기는커녕 눈도 맞추지 않았다. 베란다 창을 활짝 열고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좀처럼 환기가 되질 않는다. 주스를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자 쏜살같이 달려와서 애교를 부린다. 냉정하게 냉장고 문을 닫고 의자에 앉아서 뉴스 채널을 맞추는데 슬그머니 엉덩이를 내 옆에 찰싹 붙이고 앉는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한 손으로는 나를 툭툭 건드린다.

나는 그녀와 다시 냉전이 시작되었다. 그녀도 분위기를 감지한 듯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호시탐탐 그녀는 나와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좀처럼 내 맘은 풀리지를 않았다. 나의 생활 패턴을 익히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내가 출근준비를 다 마쳤다고 생각이 들자 늘 그래왔듯이 현관문 앞에서 나를 배웅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꼬리를 흔드는 그녀를 못 본체하고 현관문을 매몰차게 닫고 출근하는 등 뒤로 슬픈 그녀의 눈빛이 따라온다. 혼자서 하루 종일 우울해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벼워야할 출근길에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나와 그녀의 사이가 격조해진 것은 지난 가을 무렵이었다.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귀가 시간이 많이 늦어지면서부터 우리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꿀 떨어지던 그녀의 눈빛은 우울하고 쓸쓸하게 변해갔다. 여느 때 보다 세 시간 정도를 더 늦게 귀가하는 나에게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어떠한 약속도 마다하고 우렁각시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서둘러 퇴근을 하곤 했다. 토라진 마음을 풀어주려 안아도 주고 얼러주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했었나보다. 서로 눈빛 하나로도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하고 사랑받던 시간들은 어디로 가고 집안에는 냉기가 돌았다.

그녀의 말없는 시위가 시작되었다. 단식 투쟁으로 돌입을 했다. 유기농 사료는 입에도 안대고 기절할 듯이 좋아하던 닭 가슴살도 본체만체했다. 냄새만 맡고도 달려오던 맛있는 고급 육포도 외면을 했다. 화장실 바닥에서만 용변을 보던 착한 습관은 어디로 가고 여기저기에 질펀하게 보란 듯이 용변을 보았다. 퇴근을 해서 집에 오면 악취로 나의 신경은 예민해져갔다. 충분한 이유가 있는 그녀의 반항이었지만 나는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 신문지를 말아 엉덩이를 때려주면서 마구 화를 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그녀를 품에 안고 깊은 잠을 잤다. 뜻밖의 호의에 어리둥절하던 그녀도 내 가슴으로 파고들면서 쌔근쌔근 단잠을 자고 있었다. 말 못하는 그녀 동물을 향해서 감정을 대립하고 화를 내던 내가 참으로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늘 나를 기다려주고 나만 바라봐주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녀가 아니었던들 나의 마음과 발걸음이 집으로만 바쁘게 향했었을까하고 반문해보았다. 깊은 단잠에서 부스스 눈을 뜬 그녀가 늘어져라 기지개를 켠다. 화장실로 달려가서 착하게 용변을 보고는 내 품으로 파고든다. 이제 그녀와의 냉전이 종식되는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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