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청사, 25~26일 청주예당서 악극 '카츄샤는 흘러간다' 공연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1949년 충북 음성 감곡리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제가 열린다.

유중팔의 아들 명구와 그의 아내 이금홍은 금실이 좋아 모두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평소 금홍을 짝사랑했던 왕표에겐 그 모습이 꼴사납게 보일 뿐이다.

그러던 중 6·25가 터져 외아들 명구는 동원령이 떨어지자 자원입대를 하고, 청년위원장이란 완장을 두른 왕표는 그 틈에 금홍을 노려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다.

왕표에게 겁탈 당하기 직전 전열을 갖추고 반격을 가한 미군에 의해 가까스로 구해지지만, 여자를 오랜만에 본 흑인 병사에 의해 피할 수 없는 능욕을 당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유중팔 내외는 동네사람들이 알까 드려워 젖먹이 딸 순영마저 뺏은 채 금홍을 가차 없이 집밖으로 쫓아낸다.

임신한 채 부산으로 피난한 금홍은 시장거리에서 갑자기 산기를 느껴 검은 피부의 아들을 낳고, 그 모습을 본 미군클럽 여주인 로렐은 그들 모자를 거두게 된다.

그리고 로렐은 금홍에게 '카츄샤'라는 새 이름과 새 인생을 준다.

1953년 휴전이 되고 전쟁터에서 폭탄을 맞아 시력을 거의 잃은 명구가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집엔 머슴 춘배와 어린 순영 밖에 없다.

눈물 겨운 재회 후 명구는 순영과 함께 아내 금홍을 찾아다닌다.

'검둥이 튀기'라는 말을 들으며 컸던 금홍의 아들 준일은 금홍의 오랜 친구 로버트의 도움으로 미국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금홍은 30년 전 헤어진 딸 순영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재회한다.

옛날 집에 가보라는 순영의 말에 그 곳에서 금홍은 명구를 만나지만 원하던 아들을 낳아 잘 살고 있는 현실에 씁쓸함을, 시력을 잃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에 비탄함을 느낀다.

금홍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양 회한에 찬 과거의 얘기를 하며 그동안의 서러움을 달랜다.

하지만 금홍을 떠나보낸 뒤 명구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바로 앞에 있었던 옛 아내를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가슴을 친다.

올해로 창단 33주년을 맞은 극단 청사가 새해를 맞아 악극 '카츄샤는 흘러간다'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6·25 전쟁의 참화로 빚어진 우리 시대의 감추고 싶은 이면을 한 가족의 비극적 상황을 통해 민낯으로 빚어낸 유장한 이야기다.

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여성과 아이가 이 악극이 지닌 가슴 아픈 비극의 단초이며 메시지의 핵심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비극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자식마저도 잃어야 했던, 이 시대를 관통했던 뼈저린 통증이며 기성세대라면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그 이야기다.

그 때 그 시절을 생생한 표현, 주 관람객인 중·장년층이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 작품을 해학적으로 풀어 전 연령층이 쉽게 공감하도록 했다.

충북을 대표하는 길창규, 조영복, 이은희, 문길곤, 이계택 등 배우 20여 명의 열연에 직지팝스오케스트라의 생음악에 맞춰 성민주무용단이 춤과 노래를 선사해 볼거리를 더한다.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과 26일 오후 3시·7시 30분 무대가 열린다.

VIP석 5만원, R석 4만원, S석 2만원이다.

예약은 공연세상(☏ 1544-7860)과 인터파크(☏ 1544-1555)에서 할 수 있다.(문의 ☏ 010-3001-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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