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얼마 전 관측 사상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했다. 수치가 아니라도, 실제 호흡으로도 그 심각한 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적으로 찾아오는 미세먼지는 커다란 공포가 되었다. 원자력보다도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이 더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던 날 아침, 딸에게 “이렇게 오염된 세상에서 살게 해 정말로 미안하다”고 반 농담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딸이 하는 말, “걱정마, 난 자식 안 낳을 테니.” 이렇게 가다가 인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이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놀던 시골 개울은 엄청 맑았다. 낚싯바늘이 귀해 실못을 구부려 거기에 돌벼룩을 끼워 1미터가 넘는 물속에 드리우고는, 물고기가 미끼를 입에 담는 것을 보고 바로 낚아채는 방법으로 낚시를 했다. 그만큼 물이 맑았다. 물가에 있는 수풀을 헤치면 한 끼니 물고기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런 개울이 망가졌다. 농약과 오폐수로 물이 탁해지고, 개울과 농지를 반듯하게 정리한다는 미명 아래 물고기가 살기 좋은 수풀과 모래톱 등도 사라졌다. 정화노력을 기울인다고는 하나, 과연 실못 낚시를 하던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린 옛날, 물을 사먹는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다른 음료수와 거의 같은 값으로 물을 사먹고 있다.

미세먼지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호흡 과정에서 폐 속에 들어가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폐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미세먼지는 대부분 자동차, 발전소, 보일러 등에서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배출물질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날마다 미세먼지 예보를 하면서 황사마스크를 꼭 끼라고 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재난문자까지 보내준다. 재난이 맞기는 하다. 난 사람들이 끼고 다니는, 보기 ‘흉한’ 황사마스크에서, 지금 우리가 사먹는 물을 떠올린다. 우리가 물 사먹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듯, 지금처럼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두려운 현실을 예상이나 했던가. 조만간 생수병처럼, 휴대용 산소통이 생겨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래도 죽을 수 없으니,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스크 쓴다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나 개선될지 모르겠지만,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공범자가 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정부 탓, 중국 탓, 남 탓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가능한 한 자가용 승용차 타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계단 이용하기, 사용하지 않는 전등·전원 끄기, 종이컵·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손수건 갖고 다니기, 불필요하게 물건 많이 사지 않기 등등. 개인의 이런 노력들이 없으면, 미세먼지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이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다. 값비싼 산소통을 들고 다니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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