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서울 도심의 중심축은 경복궁에서 세종로·태평로를 거쳐 남대문에 이르는 길이다. 그래서 이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졌다. 충무공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세종로의 상징이 됐다. 한 때 세종로 보도를 넓히면서, 지금의 광화문 광장을 만들면서 동상의 이전론도 나왔다가 들어갔다. 당시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도 시민 87%가 세종대왕, 이순신 동상을 옮기는 데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이번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재조성 발표 후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겠다면서 설계도를 공개했다. 공모를 거친 설계대로라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광장 바깥으로 옮겨져 트인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됐다. 대신 촛불 시위를 형상화한 바닥 장식을 새긴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여론은 엇갈린다. 취지에는 공감할지 모르지만, 멀쩡해 보이는 광장을 왜 지금 굳이 대수술을 하려고 하는지 의아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현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 700억원을 들여 완공됐고 10년 만에 박원순 현 시장이 1천40억원을 들여 재단장하려는 것이다. 광장은 지상은 최대한 비우고 땅밑은 주변을 긴밀하게 연결해 지하도시로 꾸미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의 심장이자 대한민국 '광장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징성을 갖고 있는 광장을 서울시의 안마당처럼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뜯어 고칠 수 없지 않은가?

서울시는 3선 공약 사항으로 지난해부터 문화재청 등과 논의하고 공론화 등을 거쳤다고 하지만, 광화문 광장 재조성이 금시초문인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공모 당선 업체와 다음달 설계 계약을 맺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에 준공하겠다고 했다. 기본설계를 거쳐 실질설계 과정까지 시간이 있으니 시민 의견수렴을 한층 강화해야 할줄 안다. 두 분의 동상을 한쪽 옆으로 치운다는 구상은 시민들과 더 논의해야 할 것이다. 두 위인의 동상 자체가 강력한 역사적 상징물이라고 주장할 시민도 얼마든 있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의 것도 박 시장의 것도 아니다. 서울시민을 넘어 '국민의 것'이다. 논의 과정에 진통이 따르더라도 국민 여론을 충분히 더 수렴해야 할줄 안다. 그래야 모두의 광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순신·세종대왕 동상 이전 논란, 교통혼잡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부정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장의 정치적 고려보다는 수십 수백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광화문 광장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광화문 광장의 역사성을 지키고 시민의 편의와 문화향유권을 높인다는 두 가지 가치가 최우선 돼야 한다. 무조건 과거 지우기가 아니라 기억과 기록, 참여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시민의 광장'이 된다. 광장의 주인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서두르면 다음 시장이 또 수천억 원의 삽질을 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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