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정우천 입시학원장] 거침없는 시청률을 보이는 드라마 SKY 캐슬이 화제다. 자극적이며 노골적이어야 한다는 막장드라마 방식과 교육을 묶어 시도한 교육 막장드라마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는 점은 신선하면서도 씁쓸하다. 현실 속의 인간이야 선악이 섞여 있어 분간이 쉽지 않지만, 드라마 속의 선악은 분명하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욕망 덩어리 예서 엄마(염정아 분)는 시청자의 비난을 들으며 신들린 연기를 보인다.

교육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은 병목현상 때문에 생긴다. 4차선 길이 3차선이 되고 다시 2차선으로, 그리고 결국 1차선으로 바뀐다면, 병목에 다가가기 전에 미리 차선을 바꾸고 좁아지는 길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준비과정에 당사자는 물론 동승자까지 협조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특목고, 명문대 입시와 좋은 직장 취업 등 단계마다 병목이 있다.

병목현상이 없어지려면 출발과 도착지점의 차선 수가 같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모든 학교가 최고의 학교가 될 수 없고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최고의 직장을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식을 병목현상이 생기는 문턱마다 제일 먼저 통과시키고 싶고, 이를 위해 반칙도 서슴지 않는 주인공의 몰염치와 과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그녀를 대신해 몇 가지 변명을 해본다.

첫째, 교육은 피교육자 내부의 잠재력을 꺼내주는 작업이다. 연습시킨다고 모두가 우사인 볼트처럼 달릴 수 없듯이, 잠재력이 없는데 결과를 낼 수는 없다. 그러니 부모로서 자식 안에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확인될 때 까지 모든 방법을 써보는 것은 당연한 의무일 수도 있다.

둘째, 세상의 관심이 고난 속의 사람에게 있은 적은 없다. 고난을 이겨낸 자만이 박수를 받고 나머지 대부분은 고난만 견디다 소리 없이 사라져 간다. 경쟁이 불가피한 힘든 처지의 자식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은 간섭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위안일 수도 있다.

셋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준다는 그럴듯한 말은 허상이다. 자신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일을 부모의 간섭을 배제하고 미숙한 판단력으로 결정하여 나머지 삶 동안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려운 문제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날듯하지만, 현실에서 해피엔딩이란 없다. 삶은 그저 과정의 연속일 뿐이고 학창 시절의 해피엔딩이 성인이 된 후 나머지 삶까지 행복해지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소득이 8천만 원 정도 될 때까지는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교육적 성과가 정비례하다가 그 후로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교육에 불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돈에 관해 자식을 교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부모가 돈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부모의 극성과 재력이 교육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세상살이의 다행스러운 진실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