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연두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발표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이 지난해 연말 이후 계속 미뤄져 오다가 마침내 열리게 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다시 급물살을 탈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달 말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가능성도 관측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된 이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했다.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김혁철-비건 라인의 본격 가동이 2차 북미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시작되고,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 가시화돼야 한다.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수석대표가 한국을 거쳐 평양을 공개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미 물밑 협상의 진전을 의미할 수 있다. 두 대표가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길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어떤 조처를 할 것이냐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상응 조치의 기조로 △북미 간 신뢰 구축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 △적정 시점 대북 투자 지원 등을 언급했다. 세부 방안으로는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논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거론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적절하게 조합한 비핵화 로드맵이 김혁철-비건 협상에서 나오길 바란다. 특히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상응 조치 중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목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계 전반을 흔들지 않고도 미국의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의지로 가능한 부분이다. 개성공단이 대북 제재 차원에서 폐쇄된 것이 아니라는 점, 금강산관광의 상징성 등 특수성을 고려할 때 두 사업에 한해 제재 예외나 면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영변 핵시설 폐기,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개 등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8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에 관해 포괄적 합의를 했던 1차 북미회담 결과를 두 정상이 본질적 비핵화라는 '빅딜'로 진전시킬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계속한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라는 발언은 빅딜 성사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두 정상의 통 큰 양보와 결단을 촉구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이 다시 한번 중요해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이것이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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