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벌써 아카시아꽃이 피었네요. 아버님 어머님 안계신지 20여일이 지난 오늘 성당으로 가는 언덕에 아카시아꽃이 피어 또 울컥하고 잊었던 생각이 납니다. 작년에도 이맘때지 싶어요. 어머님 아버님이랑 우리 내외가 오월 어느 휴일 괴산에서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청천으로해서 화양동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계곡을 지날 때였어요. 제가 아범한테 아카시아꽃을 꺾어 달라고 하는데도 들은 척도 안하고 운전만하니까 아버님이 차를 세우게 해서 꽃이 많이 달린가지를 꺾어 주셨잖아요. 꽃잎을 따 먹고 향기도 맡고 아버님께 꽃잎을 따 주며 드셔보라 하니까 할 수 없이 받아 입에 넣으셨던 것 기억하시지요?

아버님 안 계신 이봄에도 아카시아꽃은 피어 향기를 내건만 그 향기 맡으며 함께 웃어줄 아버님은 계시질 않습니다. 저희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급하게 헤어져 생각만 해도 무섭고 섭섭하고 아쉽고 그립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리 깐깐하셔도 저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셨던 아버님이셨습니다.

어쩌다 신문 한 귀퉁이에 제 글이 실리면 그게 자랑스러워 이사람 저 사람한테 자랑하시고 관심도 없는 시누들한테 읽어 보라고 일일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철없는 저는 그게 싫어 가끔 기고를 하면서도 아버님께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일이 될 줄 몰랐어요. 아버님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글 쓸게요. 저희들 걱정은 이제 그만 하시고 두 분이 평안하게 계세요. 아카시아꽃 향기를 아버님 어머님께 보내드립니다.

▲ 김용례
청주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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