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보면 한국경제의 위기설이 무색할 정도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소식이 그렇고 일자리 확대 발표가 그렇다.

수출이 줄어들고 있으면서 수입 또한 감소한 데 따른 무역수지 흑자는 내수경기가 좋지 않다는 해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안정된데다 환율 등 대외적 여건이 어렵지 않아 발생한 흑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천문학적 국비를 지원해가며 고용율 높이기에 방점을 찍은 고용정책은 단기적 효과는 얻을 수 있지 모르지만, 재원이 고갈되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고용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1월 고용 성적표는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따른 영향이 두드러지게 반영됐다. 사업 규모를 작년보다 4배 이상 늘려 조기 모집하면서 취업자 증가 율에 일조했지만,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결과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주력업종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진 점이 특징이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커지고 건설업 취업자마저 30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30∼40대 취업자 감소 폭이 기록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50대 이상의 실업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1월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4000명에 달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높은 4.5%까지 상승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5.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 증가분 20만4000명 중 13만9000명이 60세 이상이었고 50대도 4만8000명을 차지했다. 50대 이상이 약 92%를 차지한 셈이다.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60세 이상 실업률은 1년 전보다 2.8%포인트나 높은 7.4%까지 치솟았다. 2010년 2월(3.9%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50대 실업률은 2.9%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오르면서 오름폭이 60세 이상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와는 달리 지난달 시작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지금까지 14만명이 채용됐다. 올해 채용 계획은 18만명으로 지난해(4만명)의 4배가 넘는다. 이 같은 상황만 보더라도 현 정부가 실업율을 줄이기 위해 어떤 계층에 주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시행과 매출부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만9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만2000명이 각각 줄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 14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한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가 12월에 이어 2개월째 감소했다.

수없이 강조하지만 근본 원인부터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일자리가 없으면 왜 없는지를 살펴야 하고,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를 풀고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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