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 세무조사
EU가 추진중인 '디지털세금'에는 신중론 우세

[대전·세종=장중식 기자] 이전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다국적 IT(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일정액을 과세하는 '디지털세'는 유럽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IT기업의 높은 점유율 등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1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부터 특수관계법인 간 이전가격 거래가 독립기업 간 거래와 비교해 합리성이 현저하게 결여됐다고 과세관청이 판단하면 정상가격으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지난해 이전가격 세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취지로 국제기준을 반영해 개정한 세법이 올해부터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전가격은 관계 법인 사이에 원재료·제품 등을 공급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말한다.

다국적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계열사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과세를 회피할 때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세법 개정으로 이전가격에 대해 과세당국이 더 공격적으로 세무조사를 하거나 과세를 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벱스(BEP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국적기업 과세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 고정사업장 개념을 대체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법인세 부과 근거가 되는 고정사업장 여부는 '서버 소재지'로 판단한다. 한국의 구글플레이 매출이 국내가 아닌 서버가 있는 싱가포르 등 해외법인에 잡히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간 단기대책 중 하나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매출액의 3% 내외를 일괄적으로 과세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서는 국내 IT기업에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신중한 입장이다. 구글·애플 등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차별금지 규정에 따라 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도 법인세와 별개로 디지털세를 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EU 회원국들은 국내 IT시장의 대부분을 다국적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자국 기업의 피해 우려가 크지 않다. 매출액 기반 과세가 법인세의 소득 기반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세금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디지털세 도입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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