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몇 언론은 청와대 내부적으로 장관 교체 대상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마무리 됐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개각 가능성을 잇따라 보도했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 이전의 개각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개각 시기만을 언급한 것으로, 개각단행은 기정사실로 인식되면서 개각 폭과 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체 대상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장관을 중심으로 7∼8명이 거론된다. 이들 대부분은 현 정부 초기에 임명된 장관들이다. 김부겸 행정안전·김영춘 해양수산·김현미 국토교통·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초대 장관이자 현직 국회의원으로 교체가 확실시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출마 경험이 있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교체가 유력하다.
또한 정치인은 아니지만, 초대 장관인 조명균 통일·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교체 대상에 충북 청주출신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포함된 반면, 2기 내각 후보군에는 충북 출신이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중 장관 후보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을 우선 조건으로 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 사퇴 시한이 내년 1월 15일인 만큼, 약 11개월 간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현역 의원도 무방하다는 내부의 시선도 존재해 현역 의원 입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반증하듯 청와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 을)과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 갑)에 대한 검증을 경찰에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으로, 강원 철원이 고향인 우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검증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차기 개각 후보군에 충북출신은 거의 거론이 안 되며 충북의 무(無) 장관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충북출신은 장·차관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음성)과 도종환 장관(청주), 피우진 보훈처장(충주), 이금로 법무부 차관 등 4명이 발탁됐다. 이중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퇴임했고, 이 차관은 앞서 지난해 6월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개각에서 현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인 도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교체된다면 장관급인 피 처장만 남게 된다. 입각 후보군에 충북출신이 오르지 않으면서 지역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주출신 노영민 주중대사를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후 충북출신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부처 장·차관 인사를 검증하는 청와대의 인사위원회를 비서실장이 실질적으로 관장하면서 노 실장이 객관적으로 검토하더라도 주변에서는 충북출신 후보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등용기회가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노 실장이 발탁된 후 충북출신을 견제하는 타 지역의 심리로 인해 능력 있는 충북출신이 개각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재 발탁은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 등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