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모방송국 드라마 'SKY 캐슬'이 시청률 20%를 넘어 비지상파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달성하면서 화제를 낳았다.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는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 이사장이 설립한 병원 의사들과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유럽풍 석조 저택 단지에 모여 산다. 드라마의 초점은 이러한 인물들은 ‘과연 어떻게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을까’로 모아진다. 의사 가문을 이어가고 법조인 가문을 만들어 내기 위한 처절하면서도 치열한 몸부림을 목격할 수 있다. 드라마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청자들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이다.

한때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로 인하여 아빠의 역할이 바뀌고 할머니의 역할이 추가되었다. 아빠의 인맥과 할머니의 기획력이 그것이다. 삼박자가 물러가고 새로운 사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할 즈음 우리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맞닥뜨리게 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A급 입시 코디네이터는 S대 입학사정관출신으로 성공률 100%의 베테랑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몸값이 수십억을 호가하지만 서류와 면접을 통과한 자녀들만 간택된다. 이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은 물론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진로활동 뿐만 아니라 교우관계, 심리, 건강, 수면 스타일 등을 분석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 등장한 책상 위치, 조명, 습도 등에 대한 조언이 실제 인터넷에서 ‘SKY 캐슬 입시 코디네이터 학습팁’으로 포스팅 되기도 하였다.

'SKY 캐슬'이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고 명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리 교육 현실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리얼리티가 드라마의 본질은 아니지만 드라마가 발언하고 있는 많은 부분이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교육이 특정한 색채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교육 불신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외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던 인사들 중에 모 수석과 모 교육감은 자녀를 외고에 보냈으며, 모 전직 교육부장관 3자녀 모두 강남의 초중고를 졸업시켰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또한 입만 열면 높은 도덕성을 강조하는 의원, 장관 아빠들이 'SKY 캐슬'식 입시 코칭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만이 더 많은 교육 정보를 습득하고 악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교육 불신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도덕성이 뿌리를 둬야 하는 곳은 양심이지 신조가 아니다.”라는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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