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섭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오진섭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볕 좋은 휴일 오후, 집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옆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도 함께였다. 신호가 바뀌자 좌우를 살피더니 손을 귀 옆까지 딱 올려붙이고는 길을 건넌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여 뒤에서 대견스레 바라보면서 길을 건넌다. 거의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쯤 깜박이는 녹색불이 무색하게 오토바이 한 대가 뭐가 그리 급한지 횡단보도를 쌩하니 내달린다. 물론 그 때 사고가 난건 아니지만 '원칙'을 지키는 아이와 '기본'도 못 지키는 어른이 대비되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안전의 시작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부터라는 점이다. 현재의 사회안전망은 꽤 촘촘하게 갖춰져 있다. 첫 번째로 소유자 등 관리주체, 두 번째로 사용자 및 이용자, 세 번째로 유관기관 및 정부(지자체 등)로서 관련 법규에서 의무·강제하는 부분과 사회통념상 당연시되는 상식의 기준도 있다.

대형재난 등 안전사고는 사회안전망 구성원 모두의 무관심을 먹고 자라난다. 소유자 등 관리주체는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사용자 등은 귀찮음을 이유로, 지자체는 민간에서 소유·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는 경우다. 위험을 인식하였으면 원칙과 기본에 따라 조치가 되어야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서로 모르는 척을 하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서로 남 탓하기 바쁜 게 이 때문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라도 발생할 수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사고는 발생하며 어제 각종 안전점검을 마쳤다고 오늘의 무사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기본과 원칙을 가지고 사회 시스템을 바라본다면 소위 '후진국형 인재(人災)'만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사람도 나이에 따라 시기별 건강검진을 받고, 차량도 장거리 운행 전에는 기본 정비와 점검을 받는다. 사회 기반시설 등 시스템 전부에 대하여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주체로 참여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 중이다. 올해도 각 지자체 청사에는 관련 홍보 현수막이 나부낀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정부가 주관하여 추진하는 정책이지만 결코 혼자서는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점검반을 편성하여 안전점검을 해주는 것이 아닌, 소유자 및 관리주체에서 점검의 효율성을 위해 지자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합동점검을 추진한다고 이해하고 바라봐 주시면 좋을 듯하다.

올해 충북도 국가안전대진단은 위험시설 및 국민관심분야를 위주로 2월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5,200개소 정도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계 관리주체 및 시설 사용자들의 대진단 기간 중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리며,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이 충청북도 사회 안전 시스템을 한층 꼼꼼하게 덧대어 질 수 있길 바란다. 안전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나와 내 가족, 함께 사는 우리 이웃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원칙과 기본이 상식이 되는 안전한 충북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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