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어느새 2월의 끝자락에 와있다. 가뜩이나 다른 달에 비해 짧은 달이기도 하지만, 이맘 때 대학에서는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로, 졸업식, 교직원퇴임식 등을 통한 마무리 행사로 분주하다. 대학 졸업식이 TV 뉴스 시간에 크게 보도되던 시절이 있었다. ‘80-’90년대에 고등학생 10명중 3 –4명이 대학에 진학하던 시절에는 온 국민의 큰 관심사였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와 관심이 지대했었다. 그 후에 민주화의 진통을 겪으면서 졸업식의 분위기는 시대의 암울함을 반영하듯, 이상하게 변해갔다. 졸업생들이 뒤로 돌아 앉거나 집단 퇴장을 하는 시위현장이 되기도 하여 졸업식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그 후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거의 상을 수여받는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석. 박사학위를 수여받는 학위수여식장이 되어왔다.

필자가 속한 대학도 다른 대학과 큰 차이 없이, 대부분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등 전체 졸업식장에는 일부 학생들만이 참여하는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대학에 재직 중인 모든 교수들의 씁쓸함과 고민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일부 학과에서는 전체 졸업식 참석은 자율에 맡기고 학과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과도 졸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학과 자체 졸업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학부모와의 만남을 부각시키기 위해 졸업식 순서에 학부모 치사를 넣고 섭외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졸업식을 거행하는 초창기에는 왠지 어색하고 초라한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졸업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으나, 지금까지 시행해 오면서 조금씩 익숙해서 인지 오히려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마치 결혼식을 진행함에 있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셀프 결혼식을 치르는 느낌이 든다. 식을 준비하는 것은 모두 후배 되는 재학생들이 준비하게 되는데, 졸업생들의 재학 중에 있었던 영상을 편집하여 상영하면서 참석자 모두가 아쉬워하고 추억을 떠올려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졸업식 진행의 별미는 학위수여식을 학과 교수 전체가 나와 졸업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4년간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저들과의 회포를 몇 마디로 끝낼 수는 없지만, 10 여초 동안 나누는 눈빛에서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 특히, 어렵게 학교생활을 해온 학생들이 손으로도 대화를 하며 오래 잡는다. 금년에도 필자가 선임교수로 되어있어 졸업생들에게 치사를 요청받았다. 어떤 말로 졸업생과 학부모님께 식사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바 대로 금년에 특히 경기를 반영하듯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어, 예년에 비해 졸업식 전에 취업된 학생이 현저히 적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부모님을 대동하여 졸업식이 끝난 후에 가운과 모자를 대신 씌어 드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당당하게 인사드리고 싶은 저들의 마음은 어떠할까를 생각하니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사회도 선진국에 진입하며 여러 면에서 성숙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대학도 변해야 한다. 특히, 배움의 전당인 상아탑에서는 지킬 것은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되, 어떤 면에서는 사회를 선도해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명성 있는 졸업식 축사와 웅장하고 패기 넘치는 졸업식의 풍경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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