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창문을 열자 피부를 때리던 바람이 부드럽고 산뜻한 실크 스카프처럼 내 손목을 살포시 잡는다. 어느새 온 땅에 파릇파릇 뛰어놀고 있는 새싹들이 미소 짓게 만들고,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은 내 마음까지 들뜨게 한다. 창문 밖 봄 인사에 답하고 시선을 안으로 돌리자, 내 거실은 아직도 한 겨울이 미련을 남기며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두꺼운 코트와 점퍼, 겨우내 집안을 장식하고 있던 양털처럼 복슬복슬한 러그와 방석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올 한해 나를 따뜻하게 해주었던 것에 감사를 전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잠시 이별을 고하고, 한결 한갓져진 공간들을 쓸고 닦기 시작했다. 청소가 수월하기 위해서는 버릴 물건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가장 어렵다. 자신만의 원칙이 없다면, 다음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10년간 한 번도 읽은 적 없었던 책인데 가족 중 어느 누구에게도 필요가 없는 것

△5년간 한 번도 켠 적 없는 가전제품, 구형 MP3, 구형 PDA, 구형 휴대폰 같은 것도 포함된다. 단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는 기기의 경우 버리기 전에 메모리카드 등을 확실히 파쇄하는 것이 좋다.

△3년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 걸레로 만들든지 재활용 의류수거함에 넣든지 해서 그날 안에 처리하는 게 좋다. 걸레로 만든다고 아껴놓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3년간 하나도 쓴 적 없는 샘플, 화장품도 유통기간이 있다. 화장품, 샴푸 등인데 지금 당장이라도 의식적으로 쓰고 1주일 안에 못 쓸 만한 양이라면 아예 버리는 쪽이 낫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가족 중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부품이나 전선 같은 것을 두어도 그걸 어디다 쓰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고장난 물건.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수리하는 게 비경제적이어서 방치해뒀던 경우 버려야 하고, 수리가 가능한데 바빠서 방치해뒀던 물건이라면 하루빨리 수리를 한다.

버릴 것을 정리하고 버렸다면, 청소의 반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다음은 모든 창문을 열고 집안 전체를 환기시키고, 손이 닿지 않던 부분들까지 먼지를 모두 털어주면 청소의 80%가 끝난 것이다. 그 이후는 평소처럼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버리기와 먼지 털기만 제대로 되면 따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공간이 확보되고 집도 깔끔해진다.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가는 겸손한 겨울을 잘 보내며,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 버리는 것도, 보내는 것도 내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마음의 짐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떠나가는 시간과 함께 그 짐을 흘려보내고 희망을 채우는 3월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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