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우리가 의사나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밑바탕에는 “등가 교환”이라는 경제 논리가 있다. 즉 같은 가치의 상품과 돈이 교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환은 대부분 일대일로 이루어지며, 상품의 가치는 희소성 때문에 높아진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현상이 엄청나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한 현상이 바로 ‘유튜브’이다. 유튜버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영상으로 올리고, 그걸 클릭해서 보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큰 돈을 번다. 하지만 팔로워들은 그 상품에 붙은 광고를 조금 본다거나, 데이터를 쓰는 정도의 매우 적은 비용만 지불한다. 이런 관계가 성립하는 이유는 등가 교환이 일대일의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 상품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 관계를 “증여”의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제안한 학자는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이다. 그는 ‘원시적인 민족’인 남태평양에 사는 폴리네시아인들의 경제 활동이 ‘등가 교환’이 아닌 ‘증여’라는 새로운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폴리네시아인은 조개껍데기나 하찮은 장식품을 주고받는데, 이러한 교환은 끝도 없이 계속되면서 경제 활동의 한 축을 이룬다. 종종 이들은 증여를 위해 목숨을 걸고 거친 바다를 이동하다가 죽기도 하지만, ‘증여’를 사회적 의무로 받아들이고, 만약 증여를 하지 않으면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한다. 비록 상대의 호의나 친절이 자신에게는 폐가 되어도 증여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을 의무’도 있다. 그리고 증여를 받은 사람은 반드시 답례의 의무가 있다. 이 조건의 알고리즘을 보면, 교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증여를 경제 활동으로 본다면 이 경제활동은 영원히 축소되지 않고 지속된다.

유튜버의 활동을 ‘증여’의 차원에서 본다면, 유튜버는 가격표를 붙이지 않은 채 자신의 상품을 올리고, 자신의 능력이나 감성에 대한 희소성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이러한 증여에 대해 답례로 약간의 보답을 하는 알고리즘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성립하면 유튜버는 새로운 직업으로 가능해진다. 팔로워들은 ‘이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클릭하여 시청하면서 소액의 감사 증여를 하고, 이러한 감사의 교환은 유튜버에게 매우 건전한 만족감과 자기효능감을 주게 된다. 그러면 유튜버는 새로운 영상 제작에 다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팔로워들은 다시 그것에 열광하게 되면서 영원히 이러한 경제 활동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 상식과 다른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새로운 경제 관계를 이해한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월급을 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인생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새로운 경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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