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백목련] 이향숙 수필가

동료가 물건을 옮기려 한다. 카트를 사이에 두고 힘을 보태려 살짝 밀었는데 감전이라도 된 듯 허리가 화닥 거린다. 멈칫했지만 이미 늦었다. 자세가 바르지 않아 탈이 난 것이다. 일터의 마당을 가로질러 오줌 싼 아이마냥 어기적거리며 한의원으로 들어갔다. 부항을 뜨고 침을 맞아 겨우 유인원처럼 구부정하게 걷는다.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도 겪었다. 고개를 숙이고 반복적으로 물건을 포장 했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살짝 머리를 들었을 뿐인데 등부터 허리까지 마비된 것처럼 꼼짝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리까지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병원에 실려 갔다. 의료진이 달라붙어 근육을 이완시키는 응급치료를 받고서도 두어 달이 넘도록 고생했었다. 그 후 걸핏하면 허리가 놀라거나 등 쪽으로 담이 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머리 역할을 하고 손과 발을 맡으며 허리쯤 되는 위치를 담당하는 이들이 있다. 어디하나 중요하지 않은 자리가 없지만 허리가 제 노릇을 못한다면 일어 설수조차 없을 것이다. 일터도 마찬가지 이다.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하는 이는 일의 기회를 놓치고 자리를 보존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엄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의 품성이 바탕이 되어야만 양질의 사회생활이 보장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믿음을 가볍게 여기면 자신 또한 그런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취미를 함께 나누는 동호회도 그러하다. 그 또한 작은 사회이며 수레의 바퀴가 잘 돌아가게 하려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슷한 성향이라 하더라도 살아 온 환경이 다르며 모임에 대한 애정의 정도도 차이가 있으니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우정이 깊어지고 단체가 강건해질 것이다. 모두 머리가 될 수도 없으며 발이 저 혼자 앞서서도 안 될 일이다. 자칫하면 좋은 인연을 만나고 삶에 활력을 찾으려 나선 길이 도리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과 같이 형상이 있는 듯 하다. 어려움을 겪을 때 웅크리고 앉기도 하지만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를 의지해 일어서기도 한다. 그때 못이기는 척 그의 손을 잡으려면 믿음으로 바로 서야 그만큼 건강한 관계가 된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허물어지고 몸이 균형을 잃으면 마음에 병이 스며드는 이치를 부정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몸이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이를 만나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조심한다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연함을 유지하는 것은 담이 결리는 것을 예방 할 수 있다. 가벼운 운동을 틈틈이 하다보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마음은 넓게 갖으려 하고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이해하게 된다. 어느 순간 스스로는 물론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루터기에 앉아 휴식을 갖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어려움을 겪고서야 깨우침이 얻어지니 세상에는 공짜가 없나보다.아직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지만 조금씩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번 일을 기회로 자주 몸과 마음의 스트레칭을 하여 활기를 벗 삼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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