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됐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자칫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손질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1월 15일 근로기준법이 개정·공포된 이후 6개월이 경과하면서 16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 개정법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과 표준 취업규칙 개정안을 안내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신고해야 한다.

누구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조사하는 동안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음주·회식 참여 강요, 욕설·폭언, 개인사 소문내기 등 16가지 유형이 이 법을 통해 금지됐다. 업무지시라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법 시행으로 기대되는 면이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않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업무상 적정 범위' 기준도 모호하다. 피해에 대한 입증도 고스란히 피해자 몫이다.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하고,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노동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 요건들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가 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이처럼 갖춰야 할 조건과 동시에 사실 입증이 수반돼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 법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 사실을 무조건 "그렇게 느꼈다"며 오히려 상사를 괴롭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의 취지를 살려 사회 전반적으로 직장 내 갑질 문화를 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 적용이 불명확하게 될 경우 자칫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상처를 입고, 회사 전체 분위기만 냉랭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직시하고 기왕에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회사마다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좀더 세밀하고 타당성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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