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들 "악용될 소지 있어"
평사원들 "존중 분위기 조성"
3일만에 충청권서 진정서 4건
명확한 기준 없어 판정 어려워

직장 내 지위 등을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취지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조직 구성원 간 온도 차가 발생하고 있다. 

관리직 등 상급자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악용하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반대로 신입 및 평사원들은 부당한 업무지시나 '횡포'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18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6일 법 시행 이후 이날까지 충청권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한 진정서 4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에서 1건, 충북 2건, 충남 1건 등이다.

각각의 진정서들은 △욕설 및 언어폭력 △본연의 업무 외 지시 △따돌림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매뉴얼(예시 자료)을 발표했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판정 기준으로 삼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고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충북 도내 한 대기업 부장은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나 '업무성과 불인정' 등 범위나 사례가 막연하다"며 "업무 지시와 인사평가도 부하직원들 눈치를 봐야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低)성과자가 불만을 품고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 어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악의를 갖고 법을 이용할 경우에 피해와 책임은 온전히 상급자와 조직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법 시행으로 신입 및 평사원들은 부당한 업무지시나 상급자의 '횡포'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도내 한 중소기업 신입사원은 "앞으로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법으로 명시한 것인데, 이로 인해 직장 내에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다"고 반겼다.

이어 "원치 않는 술자리, 술 강요, 야유회 등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 개인 시간이 늘어나고 자기계발, 취미활동 등 알찬 여가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상현 충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괴롭힘 방지법은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개개인 판단기준도 달라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자의 정당한 업무지시도 하급자는 부당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상·하급자 간에 소통 단절을 야기할 것이고, 이는 기업 및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충북의 한 병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는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해 병원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정당한 업무 지시를 했는데 이에 불만을 가진 병원 간부가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면서 "이후 SNS 직원 대화방에서도 배제되는 등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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