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정치 외풍도 강해지는 양상이다. 

공정하게 평가되고 결정해야할 정부 공모사업에 정치논리가 끼어들면 공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국가 사업은 정치논리에서 배제돼야 하며 정치논리에 휘돌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입지를 확정해 발표한다.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에는 충북 청주와 강원 춘천, 경북 포항, 전남 나주 4곳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 방사광가속기 심사위원회는 지난 6일 진행한 발표평가에서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 2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 유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7조원이다. 고용 창출 효과는 13만7000명에 달한다. 

경제적 파급력으로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가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당초 목적에 충실한 지역이 선정돼야 한다. 특히 입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충북은 이미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과정에서 정치논리 개입으로 쓴 맛을 봤다. 

지난 2009년 국가프로젝트인 첨단산업복합단지 입지 선정과정에서 충북 청주 오송이 유력시됐으나 막판 정치논리 개입으로 대구와 복수로 지정됐다. 

정부에선 두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켰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충북 입장에선 오송을 현재보다 더 개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이 외에도 많은 대규모 국책 사업들이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포퓰리즘으로 변질했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에 산재한 공항들이다. 

공항의 경우 여객과 화물의 수요, 접근성, 안전성, 경제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철마다 각 후보들은 공항을 지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전 조사도 없이 공항만 지어놓으면 관광객들이 몰리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된다고 본 것이다. 

당선이 되고나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사업을 억지로 추진했고 이 같은 정치적 입김이 들어가는 바람에 무안, 예천, 양양 등 돈만 들이고 제대로 기능도 못하는 공항이 수두룩하다. 

지난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도 정치권의 개입 때문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경제논리를 잣대 삼아야 할 입지 선정에 정치권이 개입해 과열을 부추겼고 각 지역민들은 입지 선정 용역이 불공정하다며 불복 움직임까지 보였다. 

신공항 건설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야 함에도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전락했다.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국론과 지역 분열의 심각한 후유증만 남긴 사례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정치논리가 배제돼야 한다. 정부가 공모를 진행하는 이유는 전국 지자체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사업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유치전에 참전하는 것이 아니다. 선정 발표 이후 자칫 야기될지 모르는 지역간 갈등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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