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이팝나무와 아카시아꽃 향기가 우리의 오감(五感)을 파고든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더 본능적인 감각 같다. 어느덧 4·15총선이 끝난 지도 한 달이 넘었고,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오는 5월 30일부터 4년 동안의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낙선인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감동의 인간승리를 통하여 지혜와 교훈을 배우고 싶다.

당선자 중에는 여공(女工) 출신 인권변호사, 탈북인사 등 특이한 경력을 가진 분이 많다. 총선 후, 필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신문 기사를 다시 한번 읽으며 그 감동을 되새겨본다. 바로 내가 자주 가는 부산 해운대을에서 당선된 김미애(金美愛) 의원이다. 방직공장 여공, 사시합격, 입양, 의원 당선 등 그분의 인생 역전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 벅차고 눈물이 흐른다. 여야(與野)와 지역 등을 초월하여 그야말로 그 인간승리는 심금을 울리고 많은 교훈을 준다.

인터뷰한 기사를 신문으로 보아도 생면부지(生面不知)인 그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김 당선자는 ‘나는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며 ‘나도 잘 살고, 내 주변 사람들도 잘 살도록 돕는 게 내가 지향하는 삶’이란 말도 감동이다. “우리 당이 위기입니다. 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할아버지의 기업,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변호사님처럼 스스로 일어선 분이 정치하셔서 우리 당을 바꿔야 합니다.” 라고 설득하여 정치의 길로 이끌어준 김세연 의원의 혜안도 돋보이고 다행스럽다. 삶의 길에서 자신의 노력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도와주고 손잡아주는 분의 인연도 중차대하다. ‘큰 나무 밑에서는 작은 나무가 못 자라지만, 큰 사람 곁에서는 더 큰 사람이 자란다.’는 의미도 새삼 깨달아본다.

필자도 농촌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학교를 다니느라 온갖 고생을 하고, 공직에서 한 우물을 파다 정년퇴직하였지만, 김 당선자의 이력에 비하면 가시밭길도 아닌 듯하다. 일찌감치 고아가 된 소녀. 17세에는 부산 방직공장에서 밤새 실타래를 돌렸던 여공(女工), ‘짝퉁’ 스카프를 팔고 초밥집에서 툭하면 칼에 손을 베이던 20대 시절, 뒤늦게 들어간 야간대학, 5년여 간의 사시 준비, 국선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결혼을 안 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도 없지만 지금 세 아이(작은언니의 아들, 큰언니의 딸, 직접 입양한 막내딸)를 키우는 엄마…….

여당의 대승으로 끝난 총선이지만, 김 당선자는 온갖 악조건을 극복한 끝에 ‘싱글맘’ 김미애는 53%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엄마가 15세에 돌아가셨다. 20세까지는 엄마가 무덤에서 살아나는 꿈을 꿀 정도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하지 못하면 입양해서라도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 어떤 좋은 시설도 엄마·아빠를 대체할 수 없고, 국민은 함께 울어주고, 넘어지면 손잡아서 일으켜 주는 정치를 원하는데…….”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살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바로 자유와 책임과 헌신이라는 보수의 가치다. 이런 사람이 박수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인간승리의 주인공 김 당선자의 포부가 실현되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여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