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요즈음 기본소득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러한 논쟁은 이제 대한민국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과 논쟁은 마르크스주의가 태동한 1800년대 중반 유럽의 학계에서 구체화되었으나 이론에 그쳤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 위기에 의해,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실험이 핀란드, 캐나다, 스위스 등의 나라들에서 행해졌다.

하지만 실험의 결과, 근로의욕 저하와 재원 마련 방안의 불확실성 등으로 중단하고 말았다.

아무튼 이 제도를 전면적인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 나라는 아직은 없다. 그런데 오늘 날 서민 생활이 어려위지고,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어, 기본소득이 중요한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현상의 지속으로, 경제적 활동의 부진과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이 같은 담론이 촉발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소득보장체계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이를 보완할 또 다른 사회적 분배체계의 대두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앞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 가야할 것인가?작금 기본소득도입에 대한 주요 쟁점은, 소요되는 재원 부담과 조달방법이다.

먼저 필요한 재원의 문제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돈을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만일 이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매월 30만원씩 지급하면, 대략 계산해도 매년 180조원이 있어야 하고, 50만원으로 높이면 약 309조원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이것을 기본소득의 성격 중 ‘충분성’ 요건에 접해보면, 최소한 생계 보장이 가능한 월 80만원 수준(GDP의 25%)이 되어야 한다. 이 정도는 추정 예산 규모 1년 500조원 되는 액수와 맞먹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다음으로 조달방법이다. 보편적 복지 제도인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체계와 맞물려 있어, 복지체계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현행 복지 제도는 관리체계가 방만하고 중간 단계에서 새나가는 관리비용도 너무 많아 비효울적이다.

모름지기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관건은 소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야말로 기본적으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확실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확실한 제원 조달 계획 없이 추진하다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 발굴과 증세 그리고 국채 발행 등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실질적 대안으로 대폭 증세의 불가피성과, 전 국민 보험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고, 아동·양육수당과 각종 지원금·현금 등도 대폭 손질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사회적 공론화와 이해 조정을 거쳐, 국민적 판단과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끝으로 기본 도입 이전에 기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기초연금도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지급할 재원이 부족한 상태이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제 확대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아직은 시급하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이를 장기적 과제로 미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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