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이상철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지역의 수해를 외면한 채 휴가를 강행, 지탄을 받고 있다. 비판과 지적이 이어지자 이 사장은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이다. 충북개발공사 사장 자리는 충북도민들을 위해 도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장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5박6일의 일정이다. 

충북 북부지역은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큰 수해를 입었다. 5명이 죽고 8명이 실종됐으며 6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정부에 재난 지역 선포를 요청할 정도로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충북개발공사는 수해가 발생한 충북 북부지역에 '충주 북부산업단지'와 '제천 3산업단지'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이다. 

두 곳 모두 흙 패임과 토사유출 등 경미한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역은 오는 10일까지 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충주 북부산업단지는 엄정면 신만리, 산척면 영덕리, 송강리 일원에 조성된다. 엄정면 신만리는 산사태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지역이다. 폭우가 이어질 경우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곳이다. 

제천 3산업단지 역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봉양읍 일원이 사업지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예정대로 휴가를 떠났다. 

충북개발공사 상급 기관인 충북도의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휴가 기간이었다. 하지만 수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휴가 첫날 이를 반납하고 수해현장을 찾아가 현장 점검에 나섰다. 아직까지 복구 현장을 찾아다니며 수습에 여념이 없다. 

도지사가 휴가도 포기한 채 수해민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에서 충북도 산하 공기업 수장인 이 사장은 휴가일정을 강행했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사장은 충북개발공사의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직책도 같이 맡고 있다. 수해와 관련된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판과 지적이 쏟아지자 그는 휴가 시작 다음날인 5일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해 '호우 피해지역 현장점검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전날 휴가를 떠났다가 질타가 이어지자 황급히 돌아왔다는 내용은 전무했다. 

이 사장은 국토교통부 간부공무원 출신으로 충북 출신이 아닌데다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도 없다. 충북의 정서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폭우로 도민들이 목숨까지 잃는 상황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충북개발공사는 최근 간부 직원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과 보복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공사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파악을 하는 등 조만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회사에 남아 상황을 추슬러도 모자랄 판에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한 휴가 강행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임명됐다. 임명에 앞서 진행된 충북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열린경영·소통경영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사회 공헌활동 확대 △윤리경영·가족친화경영 등의 기관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본인의 방침 중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도민들을 위한 수해 복구는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충북개발공사 사장이라는 자리는 공복(公僕)이다. 

주인집에 물난리가 났는데 휴가를 떠나는 종은 없다. 도민의 공복이라는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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