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블록버스터 '디 워' 시사회 개최

심형래 감독이 '용가리'(1999년)의 흥행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며 제작, 연출한 새 영화 '디 워'가 2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심 감독은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제작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디 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나타난 이무기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국산 블록버스터로, 제작비 300억 원이 들어갔다. 내달 1일 한국에서 개봉하고 9월14일에는 미국 극장가에서도 선보인다.



투자ㆍ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에 따르면 '디 워'는 미국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로는 최대 규모인 1천500~2천 개 스크린에서 간판을 내걸며, 일본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다음은 심 감독과의 일문일답.



--'용가리' 이후 '디 워'를 개봉하는 소감은.



▲무모한 길로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고생도 많이 했다. '된다'는 확신이 없었으면 못 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개봉관 1천700개를 확보했고 잘하면 2천 개가 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겨울방학 기간 500개 관으로 개봉하기로 했다. 100%로 우리 기술로 만든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믿어줬기에 가능했다.



--영어 영화로 만든 이유는.



▲전 세계 영화 80%를 할리우드가 장악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 영화가 참패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직접 배급 비용을 대도록 해야 한다. 세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외국 관객이 보기 편하고 많이 보러 올 수 있도록 영어로 제작했다.



--동양 신화를 토대로 하지만 부라퀴(악한 이무기) 군단은 유럽의 중세 기사 같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전설을 그대로 표현하면 외국에서 통하기 어렵다. 우리는 역사상 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영화에서는 (침략국이) 어느 나라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서양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 용은 전 세계에 다 알려져 있지만 이무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좋은 콘텐츠다. 선과 악을 그리기 위해서 부라퀴 추종 세력이 필요했는데 서양인도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후반부에 아리랑이 깔렸는데 의도적으로 한국 영화임을 보여 주려 했나.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 맞다. 모두 반대했지만 모차르트, 베토벤 음악만 세계적이고 아리랑은 형편없다고 보는 건 고정관념이다. 아리랑도 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면 아름다울 테니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리자고 생각했다. 시애틀 교향악단이 연주하고 합창단이 불렀다. 영화를 본 교포들이 아리랑이 나오니 모두 울더라.



--이 영화를 제작한 몇 년 동안 가장 잊히지 않는 날은.



▲영화를 찍다가 두 번 울었다. 미국 영화에서 리샤오룽(李小龍) 주연 영화나 '라스트 사무라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모습은 어느 정도 있지만 한국은 돈밖에 모르는 '어글리 코리언'으로 그려진다. 골동품점에서 '코리안 레전드'를 설명하는 장면을 찍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또 영화를 찍는데 14살짜리 교포가 '아저씨, 파이팅! 친구들 데리고 보러 갈게요'라고 하더라. 한국 영화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1천500개관 개봉 확정 때도 찡했다. '벤허' '십계' 같은 영화를 봤던 그 할리우드에 내 영화를 건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그랬다.



--스토리가 너무 압축됐다.



▲영화를 한 시간 반으로 맞춰 달라고 (소니가) 주문한 이유가 있다. 가족과 같이 보는 영화다.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에 굉장히 좋은 스토리가 있나? '킹콩'에 킹콩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이념, 국적, 사상,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과 악의 시나리오로 간단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스릴러물처럼 스토리를 꼬아서 만들면 100전 100패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 왜 내 영화만 가지고 그러나.



--크레디트 올라갈 때 직접 화면에 나와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데 개봉할 때도 그 영상을 넣는가.



▲외국에서는 아니고 한국에서만 나갈 예정이다.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일부 장면 세팅에 미흡한 점이 보인다.



▲3억4천만 달러가 들어간 '스파이더맨'을 봐도 스토리나 연출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미국 배급사 측에 물었더니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반문하더라. 미국 현지 여건상 영화와 예고편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조금 미흡하더라도 좋게 봐 달라. 천릿길도 한 걸음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해 달라. 2탄부터는 더 잘 만들겠다.



--2탄이라고 하면?

▲'라스트 갓파더'라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말론 브랜도가 살아 돌아와 마피아 보스로 등장하고 그의 후계자가 한국의 영구라는 설정이다. 11월부터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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