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협박 말고 즉각 공개하라", 朴측 "수사 공개 동의하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19일)을 사흘 앞두고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도곡동땅' 차명재산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극한으로치닫고 있다.

정치권이 계속 비난하면 수사 내용을 더 밝히겠다는 검찰의 공개 경고에 대해 이 전 시장이 16일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 "협박하지 말고 다 공개하라"며 정면대응카드를 선택하고,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은 "더 이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지 말고 수사공개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하는 등 양측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기싸움을 펼쳤다.

이에 따라 경선전 검찰이 수사결과를 추가 공개할 지 여부와 함께 경선 막판에 불어닥친 '검풍'(檢風)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사퇴 촉구를 결의하는 지역별 집단 행동에 돌입했으며, 이 전 시장측은 '경선 무산 기도'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등 양측의 상대를 향한 비난 수위가 도저히 같은 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서면서 경선후 심각한 내분을 우려하는 시각이 고조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면서 "검찰이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조기발표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언론에 헛된 정보를 흘려 선거인단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묵묵히 공직에 헌신하는 다수 검찰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며 '배후규명'을 촉구했다.

이 전 시장은 또 "후보사퇴 주장이야말로 가장 저급한 정치공세다. 경선을 무산시키려는 기도는 국민을 모독하고 당원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날 밤 tv토론 전까지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도 "후보사퇴 운운하는데 누가 봐도 경선 불복, 탈당 수순을 밟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 지난 2002년 박 전 대표가 탈당할때 분위기와 똑같다"면서 "'탈당 병(病)'이 또 도진다면 당원과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부부의 차명재산 의혹과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동시에 밝혀내고 수사 내용을 공개해서 검찰이 중립임을 입증하라"고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시장은 즉각 친형 상은씨와 재산관리인 이영배, 이병모씨에게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검찰이 발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으면서 국민과 당원을 속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정말로 옳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재산신고를 하고 난 뒤 도곡동땅 주인이 이 후보임이 밝혀진다면 허위 재산신고가 돼 후보 자격이 없어진다"면서 "이 후보는 이것 하나만 갖고도 대선 완주가 불가능하다. 후보 사퇴를 하는 게 옳다"고 이 전 시장의 결단을 주장했다.

김재원 캠프 대변인도 "이 후보는 본선 완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한나라당 후보가 되겠다고 고집하면 당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면서 후보사퇴를 촉구했고, 최경환 캠프 종합상황실장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추가 공개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라도 정치검찰의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부산선대위는 이날 부산시당 대강당에서 부산지역 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국.구당 궐기대회를 열어 이 전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17일에는 대구.경북, 18일에는 서울 선대위 차원에서 각각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이 전 시장의 즉각 자료 공개 회견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추가공개를 할 게 있으면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공개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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