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10월 15일에 발생한 카카오톡 접속 장애로 온 나라가 마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SK C&C 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전원을 차단하면서 이곳에 컴퓨터 서버를 둔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오후 3시 30분경부터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의 서버 3만 2000대가 일시에 멈추면서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이후 10시간이 지나서야 일부 서비스가 복구됐다고 한다. 카카오는 서버 시스템 이원화를 통해 서버를 네 군데로 분산했다고 했지만, 판교 한 곳에 대다수 서버를 두었고, 문제 발생 시 즉각 예비 서버로 돌리는 작업도 처리하지 못해 접속 장애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시스템을 이원화하는 목적은 예측 불가능한 지진, 화재, 테러 등의 재난으로부터 특정 데이터센터가 멈췄을 때를 대비해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데이터 서버를 분산하고 실시간 백업체계를 갖추는 것인데 카카오의 대비는 한참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국내 스마트폰 세상을 독과점한 카카오가 이렇게까지 백업 시스템을 마련해두지 않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대안으로 네이버의 라인으로 이전도 고민하다가 아예 이참에 보안이 우수하다는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지난 15일 오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는 카카오를 제외한 다른 메신저나 플랫폼 서비스 앱을 내려받으려는 이용자의 접속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역설적으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카카오 서비스 장애 대란 사태를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주말에도 온종일 업무 카톡에 얽매였는데, 불필요한 카톡으로부터 단절되니 너무 개운하다며 이 기회에 아예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던 10여 년 전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카톡 사용자들도 카카오톡이 왔다는 알림을 보면 회사 업무 때문에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별로 중요치 않은 동호회 단톡방 메시지거나 광고인 경우가 대다수였다면서 카카오톡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루아침에 카카오톡으로부터 해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카카오톡 사용자는 부서장에게 이참에 업무용 메신저를 텔레그램으로 옮기자고 제안했지만, 각종 자료 등이 대화방에 남아 있고 전 부서원이 다른 메신저로 갈아타야만 하는 부담이 있어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카카오톡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어서 쉽게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실 필자도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카카오톡에서 채팅방을 만들어 강의자료도 공유하고 공지 사항도 전달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다른 방도가 딱히 마땅치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담으로 이번 카카오톡 접속 장애 사태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평소에 남들 생일은 잘 챙기다가 이번에 생일을 맞은 카카오톡 사용자는 "하필 생일날 카톡에 문제가 생겨 가족이나 친한 지인을 제외하면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거의 받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는 이런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대한민국이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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