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상황 내몰린 채무자들 [上]
경기침체 겹쳐 상환여력 저하
'영끌투자' 젊은층도 위기 직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주택담보대출에서부터 직장인대출, 신용카드 할부까지 어느 정도 부채를 안고 사는 이들이 많다. 적정한 부채는 개인의 경제생활을 원활하게 해 줄 수 있지만 상환능력을 넘어서면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사회문제화될 수 있다.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채를 감당 못해 경매건수가 급증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도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렸고 '영끌'로 자산투자에 나섰던 젊은층들도 신용위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경매는 올해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거듭된 금리인상 여파로 나타난 역전세 현상은 경매건수 증가를 예고하는 신호였다.
 

청주 1분기 경매건수 전년비 33%↑

집값이 하락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예전보다 낮춰 세입자를 구해야 하락분만큼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최근 고금리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커지고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기피 풍조도 생기고 있어 세입자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갭투자'로 집을 구입한 임대인은 경매로 집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


올해 1~3월 청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경매건수는 5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2건보다 33.0% 늘었다. 대전지방법원도 경매 접수가 지난해 1분기 488건에서 올해 1분기 731건으로 49.8% 증가했다.

경매 물건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450건으로 전월 1652건보다 48.3% 늘었다. 지난해 3월 1415건과 비교하면 73.1%나 많다.

유찰이 거듭되면서 낙찰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경매에 낙찰되고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신규 경매 건수도 증가했다.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신규 경매 건수는 698건, 2월은 743건, 3월 1193건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국 개인회생건수는 47.7% 늘어 

올해 들어 3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개인회생건수는 3만182건으로 지난해 1~3월 접수된 2만428건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늘어났다.

충청권의 개인회생 신청도 눈에 띄게 늘었다.

3월까지 대전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건수는 25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1건보다 47.0% 증가했다. 청주지방법원 접수건수도 604건에서 870건으로 44.0% 늘었다. 

'개인회생'이란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가 월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채무만을 변제할 수 있도록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개인회생 신청자 대부분은 주로 음식업,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3곳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들도 많아 대출로 막기에는 한계에 부딪쳤다. 지난해부터 금리도 부쩍 올라 추가 대출 부담은 더욱 크다.

긴급대출로 코로나19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왔지만 결국 빚으로 남아 있다. 음식, 숙박업 등 가계형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초저금리 대출은 최대 3년까지 지원된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은 5년까지 가능하지만 한도가 1000만원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당장 줄어든 수입을 정부 지원 대출로 메꿔가며 버텨왔지만 거리두기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됐다.

상환 유예기간이 지나면 이자와 함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바닥 경기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없다. 여기에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도 올라 수익성은 더욱 나빠진 상태다. 

경기 침체 속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돼 자영업 경기회복은 요원해지고 있다. 어쩌면 평생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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