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내몰린 채무자들 [下]

1분기 대전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은 624건이다. 청주지방법원에도 248건의 개인파산이 접수됐다. 전년 1분기와 비교해 대전지방법원은 60건, 청주지방법원은 11건 줄었다.

파산신청건수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코로나19 위기 때 긴급대출받았던 자금을 상환해야하는 기일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파산(破産)은 글자 그대로 경제활동 자체가 무너짐을 뜻한다. 개인이 파산 선고를 받으면 파산 재산에 대한 관리와 처분권을 상실하게 된다. 면책 결정이 나와도 최소 5년 동안은 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업자, 사립학교 교원, 건축사, 관세사, 세무사 등이 될 수 없다.

또 신원조회 시 파산선고 사실이 나타나게 된다. 전부면책결정이 나기까지 신용카드 사용이나 신용대출, 휴대폰 가입 등에 제약을 받게 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32조의2에 '파산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이익 때문에 보통 파산 선고보다는 채무 상환을 일시 유예하고 변제계획에 따라 갚아나가는 절차인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와 주식 가격 상승기에 대출로 투자에 나섰던 이들도 고금리 장기화에 '개인 회생' 신청 대열에 줄을 서고 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2021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영끌'로 집을 산 이들도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개인 회생 신청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은 청년층(20~39세)의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0~2021년 청년층은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했고 이에 따라 주택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임차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부채는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전세자금대출은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원금상환분을 고려하지 않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정책금융이 있어 중장년층에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2021년에는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2018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던 청년층의 주담대 증가율(4.7%)도 중장년층(2.3%)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일부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후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고 이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됐다.

미래의 국가경제를 책임질 청년의 삶이 부채로 무너지는 건 사회적 손실이다. 청년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해야 경제의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순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은 신용 부담이 가중되면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는 경향이 있어 이들의 개인 회생 신청이 늘어나면 당장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앞으로 기성세대가 노령인구가 됐을 때 복지 재원을 부담하는 건 지금의 청년세대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 단기 상환부담을 경감하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기간이 길게 남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돌려막기' 등으로 채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산사건 접수건수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충청권 회생법원의 설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파산이나 회생은 모두 과도한 채무를 해결해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돕는 제도이기 때문에 빠른 처리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도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은 전국에 3곳이다. 2017년 서울회생법원이 처음 생겼고 지난 3월 부산과 수원에서 회생 전문법원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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