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용승 명예교수·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서울 수도권에서 시작된 '한강의 기적'이 우리나라 경제개발과 선진화의 기틀이 된 것처럼 이제 중부와 청주권에 또 하나의 기적으로 미호강을 살려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재확인과 그 유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미호강 유역인 오창-옥산-오송-강내 지역에 '미호과학벨리'를 조성해 미국 실리콘벨리에 준하는 대한민국 중부권 과학벨트를 만들어, 고용을 증대시키며 각종 현대 환경산업의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자는 제안을 했다. 미흡한 친환경적인 생산기업체와 전자 산업체 등의 건설 및 입주를 최대한 선도해야 한다.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종합과학기술대학을 창설하여 부실한 교육도시 청주를 과학과 지식교육 메카로의 변신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미래의 식량 전쟁에 대비해 미호 평야의 농지는 최대한 보호 및 보전하자. 현대 전원도시와 환경 도시의 건설에는 여러 시립·도립공원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현재 청주에는 비교적 작은 근린공원이 58개 있다. 2014년의 청주·청원 통합 시 직전에 약 50개의 청원군의 국유지가 공매돼 공원 예정지를 잃었음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이를 만회해 3만~30만 m2 규모의 약 30개 중·대형 시립·도립공원을 선진국처럼 과감히 만들어 시민과 도민에게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왕도와 수도는 큰 강이나 바다에 접해 있다. 이는 적군의 공격을 받아 왕궁과 수도가 천도할 경우, 전 1~2일 지체할 수 있도록 방어와 보호를 위한 풍수·과학적 철학에서 결과된 것이다. 준 왕도 개념인 청남대가 청주에 있으며, 청주는 왕도로의 지리·정치적 입지가 아주 좋지만, 깊은 강이 없기에 왕도의 건설이 고려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개념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준 석기시대적 강으로 남아있는 미호강을 이제는 초현대 환경에 걸맞게 개발할 시기에 와 있다고 본다. 

유럽이 3~400년 전에 개발 완성한 독일, 프랑스 등의 루르와 센 강 및 하이델벨르그 강 상류에 비교하면 우리의 미호강은 과학기술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다. 

미호강의 강폭은 대략 300~700m이며, 매우 넓은 유휴지가 청주공항로 부근 팔결교부터 오송읍의 경부선 철교까지 약 20km에 걸쳐 토지가 넓게 방치돼있다. 태화강, 만경강, 동진강 등은 물론 북한의 청천강 강폭보다 넓고 수량이 많은 미호강을 이제 강다운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홍수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 수백 t이 미호강 곳곳에 쌓여 있고, 이런 물을 하류 세종시·공주·부여·군산 등에서 활용해야 한다. 더욱 분명한 것은 미래의 대도시와 시민은 수자원이 풍부해야 하고 물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이변적인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가뭄과 폭우 및 홍수로 인한 피해가 국지적·지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청주지역의 평년 강수량은 1232mm, 이 많은 물의 반 이상이 미호강을 지나 황해로 흘러 들어가 수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미호강에는 현재 물을 저장할 시설이 없으며, 흘러 유출되는 물을 저장해서 각종 用水로 활용할 기획도 없다.

한국은 현재 물 부족 국가이므로, 온갖 방법을 이용해서 상류에 중대형 저수지를 여러 개 만들고 총체적으로 물을 관리 및 활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즉, 치수의 철학으로 강을 잘 관리하며 과잉의 물을 적절히 배수하고 여유의 물을 저장하여 농업·공업·생활 용수로 활용하는 과학과 지혜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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