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주 칼럼] 2007년 4월 4일

'운보의집'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프다. 예술인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 이제는 폐허나 다름없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은 막혀있고 본채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여기저기 건축쓰레기가 나뒹굴고 운보 선생이 기거했던 방은 용도변경을 위해 벽이 허물어졌다. 행랑채의 초가도 없어져 을씨련스럽기만 하다. 이러니 누가 이곳을 찾아 올것인가.

운보 선생은 그림을 그리지 않을때에는 초가정자에 앉아 연못에서 노리는 금붕어를 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정자에 애정을 가졌으며 특별히 색깔 고운 볏짚으로 초가를 얹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초가도 없어졌다. 기와로 대체하기 위해 모두 걷어냈기 때문이다.

이유는 볏짚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매년 초가를 얹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한심한 생각이다. 볏짚을 구하지 못해 초가를 얹지 못한다는 것은 핑게에 불과하고 관리가 편한 기와로 올리기 위해서 일것이다.

훼손은 우리 모두의 책임

주차장과 운보공방, 전시실, 온실, 정원 일부는 개인 소유로 넘어간지 오래다. 이때문에 흉칙하게 울타리를 쳐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운보미술관에는 그림이 몇점 걸려있지도 않고 더구나 그의 대표작은 찾을 수가 없다. 미술관의 출입문도 중앙의 벽을 허물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서고의 책들은 온통 먼지가 쌓여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운보 선생의 발자취가 이처럼 망가지고 있는데도 문화관광부와 충북도 등 관계 당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운보 선생이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출현하여 운보문화재단을 만든 것은 이를 당국이 잘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관리는 커녕 그의 업적이 철저하게 훼손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운보의집이 망가지고 있는데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도 없지않다. 평소 그곳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렇게 폐허가 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충북의 예술인들이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청원군 출신의 변재일 의원이 운보의 집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아주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변 의원은 문광부 관계자와 운보재단 이사장 등 이사진, 운보의 집 정상화 추진위 관계자 등 20여명을 초청하여 국회 귀빈식당에서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자리에서는 운보문화재단 이사들의 자격 문제와 건물의 불법 보수문제가 드러나 문광부가 특별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감사후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고발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 불법 행위에 대해 원상복귀 명령도 내렸다는 소식이다. 이사진도 조만간 개편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사진의 개편만으로 운보의 집이 정상화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북의 대표적 명소가 되길

우선 관선이던 민선이던 이사진이 꾸려지면 운보의 집 일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h씨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씨가 지금처럼 자신의 토지에 출입을 통제하면 운보의집이 정상화 될수가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운보의집이 예전 처럼 휴일이면 2000여명이 찾아오는 충북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도록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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