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조직문화는 예전의 권위적이며 위계적인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비교적 조직 내 중요한 문제들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가시적이며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일들을 결정할 때 그 조직의 수장인 결정권자가 조직 내 팀원들 편의 관련 모든 대안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편협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낙점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의 결정권자가 자신이 신입사원 시절 상사의 위계적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했던 관행을 현재의 팀원들에게 요구한다고 생각해보자.

분명이 이것은 팀원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합의가 아닌 불일치와 의견 차이를 조장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아울러 그는 졸지에 구시대적 유물을 숭상하는 상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편협하고 일방적인 지시와 전달에 저항 본능과, 소외되고 싶지 않은 사회적 습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일들을 하는데 있어 의사 결정권자가 반드시 효과적으로 해야 할 종류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의 선포가 아니라 상반되는 견해 충돌, 견해가 다른 사람들 사이 의사소통, 여러 판단들 가운데서 일반적 선택 등의 경우에만 올바르게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블 바인드' 라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에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다.

이를테면 조직 내 결정권자가 'x월 x일 우리 팀이 야유회를 갈 예정이니 모두 참석하기 바란다'고 독단적으로 정하지 않고 팀원들이 언제,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를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설령 다른 날 미리 약속이 있는 팀원도 시간을 조절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결정권자에 대한 반발과 저항감도 줄어들고 보다 좋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어떤 일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유도해낸다고 한다. 반대의견은 의사 결정자에게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그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그럴듯한 의견을 올바른 견해로 바꿔 주며, 올바른 견해를 아주 바람직한 의사 결정으로 전환시켜 준다. 우리 사회 조직문화 속에는 효과적으로 결정하게 만들어 주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인, 위계구조 속에서만 제안된 하나의 결정만 정당하고 다른 결정들은 모두 틀렸다고 가정하는 '슈퍼 갑' 결정권자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이 결정하는 일들에 거부의사를 밝히거나 반대의견을 내놓는다 해서 당돌하다거나 무리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결정권자들은 반증이 없는 한, 의사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공정할 수 있고 꽤나 합리적으로 생각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어차피 결정권자들이 생각한 일들을 조직원들이 모두 하게끔 의도하려면 보다 합리적이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반드시 해야 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문화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어떤 일의 결정권자들이 '더블 바인드'의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사회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본다.



/박기태 건양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