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에는 동양적인 사교방법과 서구적 사교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동양적인 사교는 대화로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으로 이것이 진전되면 술판이 벌어지거나 음식 파티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양식 사교방법은 먼저는 대화로 시작되겠지만 어느 정도 서로의 관계가 좁혀지면 우리가 말하는 사교춤(댄스)으로 상대방과 몸으로 하는 사교가 진행된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댄스를 사교장의 꽃이라고 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긴다. 이렇게 사교방법이 다른 것은 전통 예절이 서로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각자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의 사교춤이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 살며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서양적인 순수한 행위적 사교방식을 벗어나 변질된 모습으로 온갖 비행이 난발하고 사회와 가정을 뒤흔드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풍습에 걸맞지 않는 일종의 비행적인 사교행위를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는 하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 변칙적이고 불법적인 댄스 교습소가 성행하고 이곳을 찾아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정주부들로서 우리의 생활이 약간 풍요로워 지면서 시간과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보니 남들이 하는 것이니까 하는 호기심에서 발을 들여놓게 된다면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서는 삐뚤어지기 마련이고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주부들의 호기심 발동을 교묘히 이용하는 남정네들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직업제비”라고 한다.

사교춤은 약간의 신체 접촉이 필요하고 행동과 대화가 동시에 가능한 것으로 “제비족”들이 보기에 돈푼이나 있어 보이고 때 묻지 않은 주부들만 골라 계획된 사냥을 하는 것으로 이에 잘못 걸리는 날이면 십중팔구는 넘어가기 마련이다. “사모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고우십니다.”로 시작하여 어느 정도 콧김이 먹힌다고 생각되면 “사모님 물 찬 제비 한 마리 키우시죠”라는 입에 발린 달콤한 속임수에 홀가닥 넘어가는 날이면 한 마리 제비는 식인 독수리로 변해 사모님 목덜미를 움켜쥐는 날이면 사모님 신세 망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십 년을 먹을 것 입을 것 아끼면서 가꿔 온 단란했던 가정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게 되고 때늦은 후회를 해봐야 예배당 종치고 날은 밝았으니 동정의 손길도 위로의 말 한마디도 인색함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우리의 고유 전통 예절을 소중히 가꾸고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밝은 내일이 되겠지만 맞지 않는 남의 것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 체질에 맞지 않는 수입 예절은 배척해야 하고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예절은 상술적인 냄새가 풍기고 믿음이 가는 예의가 점점 사라져 가는 아쉬움이 있다. 예절이란 궁극적으로 하나의 인격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관계를 원만히 엮어 나아가기 위한 약속된 행위이다. 인간이 혼자만으로 영원히 독자적인 생활을 한다면 예절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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