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5일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통과시켰다.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불합리한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며 활동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수차례 전체회의와 소위를 열고 공청회 등을 개최했으나 여야 간 이견이 너무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급기야 안철수 의원은 정책특위 즉각 해산을 촉구하기에 이르렀으며, 활동시한을 2월까지 연장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공약을 파기하려는 모습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야는 동시에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은 여야 간 협상이나 예산문제, 그리고 상황변화에 따라 수정·보완 할 수 있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표를 의식해서 했다면 국민을 속인 결과가 되는 것이다. 또 교육감 선거제의 문제점은 4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로또선거·깜깜이 선거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여야가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 개선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기간은 아직 약간 여유 있지만 교육감 예비후보는 2월 4일 등록을 시작하게 된다. 그날부터 선거운동이 실질적으로 개시되는 것이다. 시합을 하기 위해 선수가 몸을 풀고 링 위에 올라가려는데, 규칙에 문제가 있으니 고친다고 하면서 확정해 주지 않으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국회는 선거가 임박해서 졸속으로 게임규칙을 통과시킨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적어도 선거법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야 간 협의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선거법 추이를 관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제왕적 인사권을 행사하는 교육감 선출을 개인의 운(運)에 맡긴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소용없다. 교육감 선거는 추첨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운칠기삼(運七技三)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선거법에 문제가 큼을 알면서 방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제도에 관한한 여야는 당리당략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교육에 당파적 이해가 개입되면 국가의 100년지대계를 보장할 수 없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능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