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 송열섭 신부ㆍ청주교구 시노드 담당

▲송열섭 신부
저녁을 먹고 운동장 둘레를 산보하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발아래에 무엇인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히 길이었다. 수천마리의 개미들이 오가다보니 집게손가락 굵기 정도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길 한쪽을 따라가 보니 밤톨만한 개미굴 입구가 몇 개 보였다. 호기심에 이제는 반대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때,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개미들의 소리였다. 개미들이 풀씨를 자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사각사각 들리고 있었다.

한두 마리 개미가 그렇게 했다면 소리를 내지 못했겠지만 수천마리가 풀씨를 자르다보니 분명한 소리를 낸 것이다.



가정은 언제나 소중하다. 우리 사회의 기본 세포가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튼튼하면 사회의 미래가 밝지만, 가정이 빈약해지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즉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가족 함께하는 시간 드물어



가정이 화목하다는 것은 가족이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을 함께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의 길이요,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많은 가정에는 함께하는 자리가 드물어졌다.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드물어졌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이 드물다. 서로의 몸이 멀어지니까 마음도 멀어졌다. 그리하여 여기저기에서 가정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83년 통계에 의하면 비율적으로 하루 23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을 했는데, 지금은 2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을 하고 있다.

사회와 교육계 책임 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고, 이들을 떠맡아야 하는 할머니들 시름도 늘고 있다.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는 데에는 사회와 교육계 책임도 크다.

직장 일로, 퇴근 후 잦은 회식 자리로 가족이 함께 하기 어렵고, 밤 늦은 시간임에도 학생들과 행인들로 거리와 식당 및 유흥가는 북새통이다.

행복해지기 위한 일과 학업이 정작 가정의 행복을 소리 없이 해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 아끼고 희생하는 마음이 적어진 데에 있지 않은가?

오늘의 사회를 이기주의 사회, 물질주의와 쾌락위주의 사회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마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마음이 자신 안에 닫혀 있다보니 효도의 마음, 부부 사랑과 자녀 사랑의 마음이 자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족마저도 자주 남남처럼 지내고, 대화는 메말라 간다.

개미도 길을 내고 소리를 낸다. 그러니, 사람인들 가정과 사회에 화목의 길을 내고 사랑의 소리를 내지 못하겠는가? 혼자는 어려운 일이지만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면 우리의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주변사람들에 관심 가져야



그 첫 걸음은 따뜻한 관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에게 관심을 보이고, 부부와 자녀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 관심을 넓혀간다면 분명 우리 가정과 사회는 아름다운 소리들을 꾸준히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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