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권은 정책으로 승부할 때이다. BBK 수사 발표이후 범여권과 이회창 후보 측은 검찰을 비난하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검찰의 수사를 받아들여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대체로 수긍하는 쪽이다.

검찰이 그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20여일 수사를 한 결과를 내놓은 것인데 이를 부정하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 검찰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국민의 세금을 들여 수사에 나섰는데 '있는 것을 없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사용했다는 BBK 명함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은 점, 도독동 땅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점 등 검찰 수사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것이 BBK 수사 전체를 뒤집을 만한 사항은 아니여서 범여권과 이회창 후보 측의 주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그래도 검찰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과 원칙의 범위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래서 이제는 정책 토론에 후보들이 공을 들여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은 국민들을 식상하게 하고 정치 불신만을 가중 시킬 뿐이다. 외교, 통일, 교육, 문화, 복지 등 각 분야에 대한 당의 정책을 밝히고 이에대한 토론이 시작돼야 할때라고 생각된다. 20여일간 온 국민을 속인 김경준을 이번 대선에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하다.

김씨가 지난달 16일 귀국하면서 취재기자들을 보고 '오우'라며 감탄했다. 아마 그는 스스로 개선장군이 된것 같은 느낌이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만면에 미소를 띠고 '한마다만 할까요' 라며 여유까지 부렸다. 이를 보고 많은 유권자들은 정말 이명박 후보가 결정타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후에 그가 어머니를 통해 들고 들어 온 한글 이면 계약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계약서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고 김씨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돼 김씨와 그 가족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김씨의 사기쇼는 이제 끝났다. 여야 후보는 이제 부터라도 정책대결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