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27)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입문 이후 5년 동안 미뤄왔던 첫 우승을 마침내 일궈냈다.

김영은 28일(한국시간) 뉴욕주 코닝의 코닝골프장(파72.6천188야드)에서 열린 코닝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4라운드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김미현(30.ktf)과 폴라 크리머(미국)의 끈질긴 추격을 3타차로 따돌린 김영은 2003년 투어에 데뷔한 이후 무려 103개 대회 만에 처음 우승컵을 안는 감격을 누렸다.

20002년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4위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통과해 이듬해부터 lpga 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김영은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만 여섯 차례나 '톱 10'에 드는 등 정상급 기량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정작 우승컵과는 지독하리만큼 인연이 없었다.

미국진출 때부터 후원해왔던 신세계와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하고 '무적(無籍)' 신세가 된 것도 우승컵이 없었기 때문.

1999년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비롯해 국내에서 네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그에게는 우승과 거리가 먼 선수라는 인식이 따라 붙었다. 지난 네 시즌 동안 김영은 이듬해 투어 카드를 확보하기에는 넉넉한 상금을 모았지만 30∼40위권에 그쳤고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많은 lpga 선수 가운데 한 명'이던 김영은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팬들에게 '김영'이라는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 상금 19만5천달러를 받은 김영은 시즌 상금이 32만8천42달러로 불어나 상금랭킹 10위 이내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김영은 "2타나 앞섰지만 18번홀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면서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김영이 우승에 맺힌 한을 풀어내면서 코닝클래식은 3년 연속 한국 선수에게 우승컵을 안겨 '코리언 시스터스'에게 '약속의 땅'으로 자리 잡았다.

김미현의 셈그룹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올해 한국 선수 두번째 우승이다.

김영의 첫 우승은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크리머, 베이더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영은 7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3타차 단독 선두를 달려 신바람을 냈다.

2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가볍게 버디를 챙긴 데 이어 4번홀(파4)에서는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5번홀(파5)에서도 2온2퍼트로 1타를 줄였다.

5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따라 붙던 크리머가 6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로 주춤하는 사이 2타차 선두로 나선 김영은 7번홀(파3)에서 10m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3타차로 달아났다.

하지만 8번(파4), 9번홀(파4)에서 잇따라 1타씩을 잃어 선두 자리를 내준 이후 김영은 크리머, 김미현과 진땀나는 시소 게임을 펼쳐야 했다.

홀마다 선두가 바뀌는 치열한 접전에 애를 태우던 김영에게 승리의 여신이 손짓을 한 것은 김미현과 크리머에 1타 뒤진 채 맞은 14번홀(파5).

10분 먼저 경기를 치른 김미현이 3.6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3퍼트로 1타를 까먹었고 김영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크리머는 네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면서 보기로 홀아웃했다.

김영은 52°웨지로 친 세번째 샷을 홀 30㎝ 옆에 붙여 버디를 뽑아내 단숨에 1타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승기를 잡은 김영은 17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홀 옆 60㎝에 떨어뜨리는 환상의 아이언샷을 뿜어내며 2타 선두로 달아나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때 선두로 올라섰던 김미현은 14번홀 보기에 이어 16번홀(파4)에서 또 1타를 잃어 더 이상 김영을 추격할 여력을 잃었고 크리머도 18번홀(파4)을 보기로 마무리하면서 단독 준우승마저 놓쳤다.

2언더파 70타를 친 김미현이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크리머와 공동 2위를 차지하면서 코닝클래식에는 3년 연속 우승과 준우승을 한국 선수가 나눠갖는 진기록이 이어졌다.

4언더파 68타를 친 신인 김인경(19)이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이선화(21.cj)가 5타를 줄여 공동 6위(15언더파 273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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