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방학인가 했는데 벌써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었다. 산과 바다로 떠나는 피서객이 많을수록 우리의 자연은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또 한 번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만큼 자연 훼손이 심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지난 주 미국 캘리포니아를 다녀왔다. 스탠퍼드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1박2일 일정으로 찾았다.


 원래 이 지역에 출몰하던 회색곰(grizzly bear)을 지칭하는 말인 요세미티(Yosemite)는 미국의 3대 국립공원 중 하나로 빙하가 빚어낸 계곡, 크고 작은 폭포, 거대한 바위산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캘리포니아 오크, 삼나무 등의 식물과 200여 종에 이르는 야생조류, 곰, 사슴 등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지난 189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이곳에는 해마다 세계에서 4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여기에는 원하는 만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요세미티 관광의 절정은 글래시어 포인트(Glacier Point)에서 본 거대한 하프 돔(Half Dome)이다. 그러나 그 경이로운 자연보다 더 감명 깊었던 것은 자연을 지키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공원 측의 노력과 그것을 따르는 관광객의 자발적 준법정신이었다. 공원 안을 순회하는 무료 셔틀버스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였다. 음식 냄새를 맡고 나타나는 곰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안에 음식을 두지 말라는 경고표지를 설치하고 곰이 가져갈 음식이 담긴 대형 쓰레기통을 따로 설치해 뒀다.


 특정 지역의 주차장이 만원이면 6km 떨어진 지점에 주차하고 거기서 셔틀을 타고 와야 입장할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누구도 불평 한 마디 않고 따랐다. 준법정신이 이 정도면 자연재해라면 모를까 인재로 인한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1930㎢나 되는 그 넓은 공원 어디에서도 쓰레기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을 보존하려는 그들의 노력 때문일까 군데군데 적혀있는 '쓰레기 버릴 시 벌금 1000달러' 표지판 때문일까. 처음에는 후자였겠지만 이제는 그들의 당연한 인식인 듯했다.


 우리에게는 언제쯤 이런 선진의식이 생길까, 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자 위법에 대한 벌금이 너무 적지 않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기내 화장실 흡연에 200만 원, 쓰레기 투하에 100만 원, 중앙선 침범에 50만 원, 신호 위반에 30만 원의 벌금을 문다면 우리도 준법정신을 가지게 되고, 우리 사회는 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벌금을 높이는 것도 실행해 볼만한 일이다.


 지난 24일은 세월호 사건 발생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별다른 변화 없이 어느덧 잊혀져가고 있는, 총체적 인재가 빚어낸 그 사건에서 희생된 무고한 목숨들을 상기해볼 때 이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궁극적으로 벌금의 많고 적음을 넘어 우리에게도 자발적 준법정신이 생길 때 비로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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