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WP 여론조사에서는 58%가 '고문 정당화 가능'

[충청일보] 미국 민주당의 2016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맨 먼저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과 관련해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고문을 묵인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전날 오후 뉴욕에서 진행된 '로버트 케네디 희망의 물결 상' 수상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강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고문을 묵인하거나 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9일 9·11 테러 이후 CIA가 외국 비밀시설에서 행한 고문행위를 약 500쪽짜리 요약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상원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클린턴 전 장관이 명백하게 고문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고문 반대 원칙이 "정책과 법률 두 측면 모두에서 명백해야 한다"며 "우리의 행동이 가치와 부합할 때 미국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학교 테러나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진 인질극의 예를 든 클린턴 전 장관은 "테러의 위협은 실재하고 긴급하지만, 이런 비극들을 통해 우리가 가진 가치야말로 적대 세력들과 우리를 구분하는 기준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런 발언은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가 공동으로 벌여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자주' 혹은 '가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한 가운데 나왔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CIA가 '고의로 고문 관련 정보를 오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CIA가 고문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53%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31%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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