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충청일보]난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니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버스는 물론이고 택시조차 이용하기 힘들다.

시내버스를 몇 번 이용해 보았는데 그 때마다 승강장 두 곳을 지나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길가에 주저앉아 있어야 했다.
 

멀미가 심한 나로서는 대중교통이나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이용하는 것이 무척 큰 고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KTX 열차를 이용한다.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을 때이다.

아니면 역사 회의실에서 회의가 있을 때이다.

이동 시간이 짧고 흔들림이 적어서 참고 견딜만하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KTX 열차 이용하는 것도 고민이 된다. 내가 내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객실 안을 뒤흔드는 전화 벨 소리와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모습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객실 안의 모니터에서는 "쾌적한 여행을 위해 전화 통화는 객실 밖의 통로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를 한다. 그러나 객실 안에서 통화하는 소리는 그치지를 않는다.

멀미를 견디기 위해 애를 쓰는 나에게는 그 상황이 무척 힘들다.
 

열차 객실 안에는 많은 사람이 눈을 감고 쉬고 있다.

내가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통화하는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몇 번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아도 통화는 지속된다.

전화기 들고 객실 밖으로 향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그 시간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통화를 자제해 달라고 얘기할까?' '아니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민망해 할까?' 등.

한 시간 이내의 짧은 거리이니 망정이지 좀 더 긴 거리라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 우리나라를 '욱'하는 대한민국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행동할 때 '욱'한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욱'하는 것이 별 것 아니다. 내가 보아도 뭐 그런 일 가지고 '욱'할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해도 된다.

대중교통 이용을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대중교통 안에서 '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자는 내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으면 될 일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말 안하고 이렇게 지면을 빌어 말한다.

버스 혹은 열차 객실 안에서 통화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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