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여름 필자의 어머니가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돼 간병을 한 적이 있다.
 
마침 방학 기간이라 아버님과 둘이서 하루씩 맞교대를 하면서 어머니 곁에서 간병을 하게 됐는데 간병은 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익숙하지 않아 간병 받으시는 어머니가 불편해 하시는 듯했다.

그때 "이런 일을 전문 지식이 많고 숙련된 간호사들이 하면 환자들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잘 보살펴 줄 텐데"라고 생각하며 문득 지난 1990년대 중반, 한 그룹 회장님이 서울 강남에 대형병원 문을 열면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앞으로 이 병원에서는 하루 2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족의 면회마저 금지하고 충분한 인원의 간호사를 고용해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간호사가 중심이 돼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겠으니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가족은 환자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그런데 오히려 그 병원이 환자를 병문안 왔다 감염된 가족들로 인해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국가 경제를 위축시킨 메르스 사태의 주요 진원지로 꼽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니할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많은 감염이 간병을 하던 가족이나 간병인, 병문안을 온 방문객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가 전체의 40% 넘었다고 한다.

환자 가족 중에는 문병을 온 경우도 있지만 보호자로 함께 방문해 간병을 한 사람이 꽤 많았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13년 이후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던 '포괄간호서비스'의 조기 확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간병문화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지금이 포괄간호서비스 확대의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포괄간호서비스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입원 병상의 전문간호 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해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고도 입원 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OECD 국가 중 환자의 간병비를 환자가족이 100% 부담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 밖에 없다고 한다.

포괄간호서비스가 적용되면 종합병원 6인실 입원비용이 1만 원 정도라고 했을 때 하루 2000∼6000원 정도만 더 내면 현재 하루 평균 6만∼8만 원 수준인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포괄간호서비스로 입원비 부담은 줄고, 간호서비스의 질은 커질 것이다.

실제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가 일반 병원보다 약 15%가 높았다고 한다. 

다만, 이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부족한 간호인력 수급 문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부담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의료 보험료를 조금 더 부담하는 한이 있다 해도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고 있는 나라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우리의 안전과 생업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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