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지구 저편에 있는 머나먼 땅 중동, 간간이 석유값 동향이나 IS(이슬람국가)에 관한 소식은 들었어도 평소에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 관계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던 그곳에서 사막의 모래폭풍과 같은 강력한 충격이 한국을 강타했다.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가 그것이다.

우리에게 매우 흔한 병인 감기의 원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라고 하고 혹자는 낙타가, 혹자는 박쥐가 매개가 돼서 사람을 감염시킨다고 하는데 그 위력은 가히 무시무시했다.

중동지역을 다녀온 60대 남성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처음 메르스 환자로 확진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20일,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전파자에 의해 환자들 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진까지 무차별적으로 대량 감염되면서 한국 최고의 의료기관도 속수무책으로 메르스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특효약이 없고, 감염 경로를 정확히 밝혀낼 수도 없는 데다 계절독감(0.01%)이나 신종플루(0.0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치사율(18.1%)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지난 4일 기준 확진자 185명, 사망자 33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확산세가 한 풀 꺾였다곤 하나 지금도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한 때 1만명을 훌쩍 넘던 격리대상자 수는 최근 눈에 띄게 줄었지만 자신이 격리 권고를 받은 줄 알면서도 해외로 출장을 가거나 심지어는 골프 치러 다닌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내·외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응급실 운영 방식이나 간병인 제도와 같은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근거 없는 괴담들이 세간에 돌았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 정부의 대응이 혼선을 빚은 틈을 타 빠른 속도로 병이 지방으로 번졌고, 특히 우리 고장 충청도 일대에서 희생자가 속출했다.

메르스라는 괴질로 인해 순식간에 온 나라가 불안에 떠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료선진국을 자부하던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닌데 일부 대자본에 의존한 의료계의 독과점 식 구조와 그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근래에 들어 SARS, 에볼라, AI, 홍콩독감 등 한 번 확산되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감염병들의 발생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응과 차분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부터 한국은 국난이 닥칠 때마다 하늘이 내려준 '위기극복DNA'를 발휘해 시련을 극복해 오지 않았던가? 이번 메르스 사태로 노출된 문제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범국민적 차원에서 개선하며 보완, 사회와 국가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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