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촉즉발의 남북 긴장이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문을 타결함으로 일단락됐다. 남한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 겸 노동당 대남비서 등 남북의 최고위급이 마주 앉아 무박 4일간의 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공동 합의문 발표 후 황병서 북한 총 정치국장은 조선중앙TV에 나와 합의문 발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

황 국장은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도 없는 엉뚱한 소리다. 더구나 '남조선 당국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목함지뢰 폭발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해 한결같이 주장해왔던 목함지뢰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을 또 주장한 것이다. 북한 소행이 아니라면 누가 비무장지대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인가. 지뢰 폭발로 2명의 하사관이 다리를 절단하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또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발표가 합의문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도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 같은 돌발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을 자극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소행을 보면 합의문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천안함 폭침 등 결정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황병서의 발언으로 보아 이번 합의문에 명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오는 추석에 이산가족의 상봉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9월 초에 갖기로 했다. 추석에 이산가족이 만난 것은 지난 1985년과 2002년, 2009년 등 3번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인 문제다. 특히 당사자들이 고령이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놓고 실무 조율에서 난항을 겪었던 전례도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2월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가 한차례 열렸으나 그 후 중단됐다. 이제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했으므로 상봉 행사가 정례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이 주고 남한이 받는 행사'가 아니다. 황병서 총국장이 합의문과는 다른 발언을 늘어놓아 이산가족 상봉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12만 9698명이며 이중 올 6월까지 사망 사실이 확인된 사람은 6만 3406명이다. 생존자 6만 6292명 중 3만 5997명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점을 북한이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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