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 청주시가 수돗물 단수 파동으로 위기대응 능력을 시험받았다. 결과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3일 푹푹 찌는 더위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한여름 무엇보다 필요한 물을 제때 쓰지 못한 5000가구(청주시 추산) 시민들이 불만을 쏟다못해 아우성을 쳤다. 먹고 씻지 못한 채 찜통 더위 속에서 인내심을 시험받았다. 업소들은 사정이 더 심해 음식을 못 만들고 청소나 설거지 할 엄두를 못내 아예 임시휴업까지 해야 했다. 가뜩이나 힘겹게 나고 있는 비수기 주말·휴일을 한숨으로 보냈다.
이 때문에 청주시가 단수 파동으로 어려움을 당한 시민들의 수도 요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다독인다고 하지만 그런 입막음용 생색내기가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손해배상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한다. 청주시의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원인 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다음달 회기에 운영키로 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회의 규칙상 특별위원회를 즉시 가동할 수 없다면 간담회나 시정대화를 열어서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짚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다음달까지 기다린다는 건 시의회가 시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치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번 수돗물 파동을 일으킨 중대 하자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 1일 저녁 무렵부터 시작된 단수 사태는 최대 13개 동 시민들이 극한의 어려움을 겪은 3일 오후까지도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기술적으로 드러난 건 통합정수장과 지북정수장의 도수관로 연결 과정에서 이음새가 두 번이나 파손됐고, 이를 즉각 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인 규명과 추후 기술 보완에서 청주시가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최악의 단수 사태를 불러 일으켜 불볕더위에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것이 첫 번째 실책이다.
두 번째는 비상시 대응 능력 부재다. 직경 800㎜짜리든, 900㎜짜리든 도수관로가 터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청주시는 1일에 이어 다음날인 2일 사태가 여의치않은 걸 알았으면 시민들에게 이를 곧바로 알려 최소한의 대처를 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평소에 그렇게 잘 쓰던 안내방송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등은 일부를 제외하곤 먹통이었고 무엇을 믿고 그랬는지 이를 외면, 결과적으로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물론 처음에는 도수관로 파손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없었을 수 있다. 또 만일을 대비해 일단 물 공급을 끊은 상태에서 공사를 해야 했으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수 있어 단수없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의의 고민과 다르게 폭염속 단수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으면 그에 합당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것이 없었다.
이번 일로 인구 84만여 명의 중부권 핵심도시라는 청주시 위기대응 능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려면 설계, 시공, 감리, 운영 등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면밀한 점검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게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시기는 늦지만 청주시의회 특별위원회의 활동을 주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