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출신 박관용 전 靑 비서실장
하나회·금융실명제 등 비화 공개
"YS,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 위해
위부터의 개혁 의지 강하게 실천"

▲ 24일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김영삼 대통령 길'을 찾은 관람객들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동상 앞에서 추모 묵념을 올리고 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횟수로 청남대를 찾아 국정을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임동빈기자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초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2년여 간 역임했던 충북 영동 출신 박관용 전 국회의장(사진)이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추진,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의 비화를 소개했다.

이날 박 전 의장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와 관련해 취임하자 마자 국무회의석상에서 "내 전 재산은 17억7000만원입니다. 국무위원들도 재산을 전부 국민 앞에 공개하십시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아주 분명한 의지를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의장은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초기 청와대에서는 김 전 대통령과 자신, 단 둘만 알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금융실명제의 경우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도 비밀로 하고 당시 홍재형 경제부총리 팀에서 추진했다고 전했다.

군부 내 하나회 척결은 예비역 장군들의 조언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박 전 의장은 "(대선 승리 후)정권인수위원회 1위원장을 맡아 예비군 출신의 훌륭한 장군들을 많이 만났는데 거의 다 하나회를 지적했다"며 "대통령 당선자(김영삼 대통령)와 단 둘이 그 얘기를 했더니 대통령께서도 그런 내용들을 알고 계셨고 '이 얘기는 인수위원회 보고서에는 안 넣는다. 당신하고 나하고 둘이만 알고 있자'라고 해 함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하고 보름 뒤인 3월 9일 박관용 당시 비서실장을 불러 하나회 척결 작업을 시작했다.

박 전 의장은 "그(하나회 척결) 일에 착수하고 명을 받고 난 뒤부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엄청난 불안과 고통 속에서 대통령께서 착착 지시하시는 데 정말 놀랐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해 일본 호소카와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차 한국을 방문해 만났는데 '쿠데타를 두 번이나 경험한 한국에서 김 대통령이 군을 개혁하리라곤 상상을 못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의 길을 걸었다"며 후배 정치인들에게 "앞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성숙된 민주주의를 해달라고 호소하며 떠나셨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