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 교수]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에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와 낭만의 상징인 덕수궁 돌담길을 선택했다.

도시를 설계하고 재생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항상 성공적인 사례와 꼭 한번은 벤치마킹해야 되는 대상들로 회자되기에 들뜬 마음으로 찾았다. 

우선 돌아본 느낌은 건물과 가로의 차이처럼 너무나 다른 철학과 배경 그리고 방문객의 반응이였다. 동대문플라자는 오세훈 시장 시절 디자인 서울이라는 시정목표를 세우고 본인이 직접 스페인 빌바오를 다녀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다는 구겐하임 뮤지엄과 같은 상징건축물을 동대문운동장부지에 세계적 건축가를 대상으로 국제공모전을 통해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를 선정하면서 건설됐다.

한편 덕수궁길은 서울시청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경복궁 대한문을 끼고 구불구불한 길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특히 이 길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및 의회 별관을 지나고 서울시립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길을 따라 연속적으로 오래된 건축물을 보전해 다른 형태의 박물관이나 대사관 그리고 구세군사관학교까지 다양한 공공시설물들과 고즈넉한 담장이 만들어내는 외부공간을 접할 수가 있다.

이 두개의 사례는 광의의 도시재생이라는 괘를 갖고 있지만 구성방법과 느낌은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 장소건축물의 범주로 필요한 기능과 시설을 한 장소에서 압축적으로 계획하면서 상징성이 있는 거대한 구조물로 도시조직을 재생한 경우고, 덕수궁길은 여러 개의 역사적 의미를 가진 시설물을 현대적 기능을 부여하고 이들간 연결공간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당나귀길 식의 재생사례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한 장소에서 현대적인 시설과 미래지향적인 형태로 편리성과 미래성은 가지고 있지만 동대문운동장이였던 지역의 본래의 모습은 완전 사라져버렸다. 어떤 이는 거대하고 특이한 형태에 좋은 느낌을 갖는 반면 어떤 이는 지역과는 상관없이 하늘에서 내려앉은 우주비행물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덕수궁길의 경우 여러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공간과 시설을 엮음으로서 경험적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편리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유와 함께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그들이 원하는 곳을 선택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긍정적 장소로 기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생이란 현대적 패러다임이 너무 일반화된 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내용과는 상관없이 재생도 개발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적 가치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시간에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없이 고유한 동대문의 장소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과 형태적 부조화를 보이는 대규모 건축물보다는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덕수궁길처럼 각각의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형태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연관지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거닐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생이란 것을 대단한 시설물이나 건축물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와 이웃이 살아가면서 조금 더 편안하고 다른 곳과 구별지을 수 있는 자생적 삶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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