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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못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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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8  1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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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 우수가 코 앞인데 날씨가 갈팡질팡이다. 한 이틀 철철 비가 내리기에 얼음장 녹이고 봄이 곧 오려나 했더니 다시 눈보라가 휘돈다. 잿빛 드리워진 하늘, 날씨조차 순조롭지 않은 건 시절이 수상한 탓이다. 잇속 따라 어느 편 바람을 타야할지 주춤주춤 눈치를 보며 애매한 표정이다. 계절인들 사람살이처럼 갈등이 왜 없겠는가. 텔레비전 뉴스를 봐도 산뜻한 봄소식은 아득하다. 묵은 먼지를 떨어내며, 분별없이 모아 두기만 했던 책들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책 한 권에 눈길이 머문다.

'이반 간체프'의《달 못》이다. 정가 1200원이 찍혀 있는 것을 보니 한참의 시간차가 느껴진다. 젊은 시절. 어른들이 봐도 좋을듯해 사 모았던 우화시리즈다. 버리려다 다시 집어 들고 뒤적뒤적 읽는 맛이 새롭다. 기암괴석이 얼크러진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 못(淵)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이따금씩 달님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온몸의 물기를 떨어 말린다. 그래서 못가에는 온통 금은보석이 흩뿌려진다. 달이 뜨면 보석이 눈부시게 빛나서 달 못이라 부른다. 달 못을 아는 사람은 숲속의 늙은 양치기뿐이다. 그는 하나뿐인 손자 복돌이에게 그 비밀을 알려 주지 못한 채 이승을 떠난다. 복돌이는 넉넉한 양젖과 산야초 등 자연의 산물에 자족하며, 숲을 지켜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양 한 마리를 잃고 찾아 헤매던 중, 달 못에 빠져 허우적대는 양과 때마침 떠오른 달빛에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게 된다. 복돌이는 그중 크고 아름다운 것을 주워 담으며 소금, 담요를 살 생각에 들떠 있는데 어디선가 "그것은 이곳을 빠져 나갔을 때 가능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은빛 여우였다. 여우는 먹을 것을 좀 나눠달라 했고, 복돌이는 가지고 있던 음식을 내줬다. 보답으로 여우는 "해가 뜨기 전에 떠나라"는 충고와 함께 올라가는 길을 가르쳐 준다.

해가 뜨면 보석의 눈부심에 눈이 멀기 때문이다. 복돌이는 해가 뜨기 전에 보석 몇 개만 갖고 와서 장터로 나가 판다. 이를 본 병사들은 임금에게 끌고 가 보석을 빼앗고, 윽박질러 출처를 알아낸다. 달 못에 이르러 복돌이는 여우에게서 들은 충고를 전하지만, 이미 수많은 보석에 눈이 뒤집혀 아무도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고 그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의 눈부심에 진짜 눈이 멀어 골짜기를 헤매다 죽는다. 그 후 복돌이는 꼭 필요한 보석 몇 개를 다시 주워와 양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목에 달아주고, 또 하나는 창틀에 둬 어둠을 밝힌다.

달빛에 빛나는 보석을 등불 삼아 이슥하도록 장작을 패고, 은빛 여우와 벗하며 오두막을 지켜가는 양치기의 삶…. 진정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삶의 지향점은 과연 무엇인가? 버리려던 책 묶음에서 건져 올린 환한 '달 못'에 인간사를 비춰본다. 문득, 욕심으로 꿈틀대던 마음 한편에 깊은 산골짝으로부터 물기 머금은 봄내음이 촉촉이 젖어드는 느낌이다. 욕망에 눈이 멀어 화를 자초하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맑고 순수한 이들이 더 많기에 세상은 아름답게 꽃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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