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태양한의원 원장

▲ 이정구 태양한의원 원장.

[이정구 태양한의원 원장]요즘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빠르게 변하면서 한숨을 자주 쉬거나 가슴이 이유 없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보이는 화병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화병은 흔히 울화병(鬱火病)으로 불린다.

울화는 '울(鬱)'이라는 한자만 보아도 우리에게 답답함을 주듯이, 울울하고 답답하여 일어나는 마음의 불(火)로, 질투나 노여움 등의 감정이 마음속에서 복받쳐 일어나게 된다.

즉, 화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과 연관이 되고,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고 쌓아 두면 화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우리말 그대로 'Hwa-byung' 으로 표기하고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하고, 문화결함증후군의 하나로 등재하고 있다. 화병은 주로 중년 이후, 여자 그리고 사회경제적 수준과 학력이 낮은 계층에서 많고, 발병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발병원인으로는 남편과 시부모와의 관계 등 고통스러운 결혼생활, 가난과 고생, 사회적 좌절, 그리고 개인의 성격특성에 의한 감정반응 등이 있다.

병리기전은 외적 요인에 의한 의식적 감정반응들이 불완전하게 억제되어 적응장애가 생기고, 장기간에 누적되어 발병하게 된다.

화병을 한의학(韓醫學)적으로 살펴보면, 그 원인을 심장(心臟)의 화(火), 삼초(三焦)의 이상(異常), 간(肝)의 열(熱)로 나눌 수 있다.

화병이 심장의 화로 인해 발병할 때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머리가 아프거나 건망증이 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며,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해 진다.

그리고 기(氣)가 울체되고 칠정(七情, 7가지의 사람 감정)으로 인해 삼초에 병이 들어 화병이 오면, 숨이 많이 차고, 배가 더부룩해지면서 소화가 안 되고, 전신이 잘 부으면서 대변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며, 통증부위가 여기저기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들이 삼초에 병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간에 열이 있어서 화병이 된 경우는, '노즉상간(怒則傷肝)'이라고 하여 지나치게 화를 내어 간을 상하여 발생한다.

주요증상을 살펴보면 머리 꼭대기에 손을 대보면 뜨끈하게 열이 나거나 아프고, 뒷목이 뻣뻣하거나 열이 나고, 너무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으며, 눈이 침침하면서 건조해지고 목욕탕만 다녀와도 눈이 쉽게 충혈 되며, 변비가 심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자궁에 병변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화병을 한약(韓藥)과 침(鍼)과 구(灸, 뜸)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순기해울탕(順氣解鬱湯)은 화병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흥분성을 조절해 주며, 가슴에 맺힌 화기와 울기를 풀어 주어 화병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조요법으로 울화를 다스리는 침과 뜸 요법 등으로 병행 치료하면 대개 3개월 만에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심한 경우도 6개월 정도 치료하면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화병은 기질적인 병이 아니면서도 신체적 장애가 나타나 당황하기 쉽지만, 신경증이나 정신병이 아니므로 조기에 치료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화병이라는 병 자체가 평소 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 때문에 생기는 병인만큼 평소에 화를 식혀줄 수 있는 방법을 한 두 가지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화가 많이 나는 성격이라면, 평소에 녹차를 자주 마셔주는 것이 좋다.

방향성이 있는 녹차나 아로마는 가슴에 울체되어 있는 열을 흩어주기 때문에 화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운의 울체를 풀어주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유산소 운동이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적용되는 원리이다.

실제로 적당한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게 되면 가슴과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 두 번씩은 해보았을 것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을뿐더러, 운동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아지게 해준다.

그 외에도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가져 스트레스를 취미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말끔히 잊고 지내며, 기분 좋은 상상을 자주하는 생활습관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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